세상에~ 완벽해!
세상에~ 완벽해!
  • 강석범 충북예술고 교감
  • 승인 2022.04.06 16: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예술산책
강석범 충북예술고 교감
강석범 충북예술고 교감

 

내가 중학교 1학년 때다. 모두가 다 까만 교복에 바리깡이라고 불리는 머리 깎는 기계로 삭발한 학생 70여 명이 빼곡히 모여 있는 교실은 영락없는 동자승 집단이다. 그중 한 친구가 앞머리를 1센티쯤 기른 일명 `스포츠 머리'를 하고 왔다.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엄청 꾸지람을 듣고 다음 날 바로 삭발 머리로 등교하긴 했지만 우리 반 모두에게 영웅이 되었던 그 친구는 지금 국회의원이다. 아마 그때부터 우리 반에서 제일 용감(?) 했던 거 같은데 그래서 국회의원도 하는가 싶다.

그 시절 그 까만 교복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나의 학창 시절과 운명을 같이했다. 내가 졸업과 동시에 획일화된 검정 교복이 없어지고 교복 자율화 방침이 실시되었다. 또 교복 자율화 1년 전 고3 때는 두발 자율화가 발표되면서 친구들과 함께 드디어 머리를 기를 수 있다는 희망으로 들떠 있었다. 그러나 앞머리가 좀 긴 스포츠 머리일 뿐 학교 현장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실질적 두발 자율화는 상상에 불과했다.

가끔은 머리를 장발 비슷하게 길러 선생님들을 힘들게 하는 친구들도 물론 존재했다. 지금 생각해도 당시 교복과 참 안 어울렸던 머리였음이 틀림없다. 머리가 길어 교복 모자가 제대로 써지질 않아 머리 위에 살짝 올려놓는 정도였으니 말이다.

나도 그 대열에 빠질 수 없어 머리를 길러보고자 무지 노력했지만 긴 머리는 당시 교복과 도저히 안 어울려 이래저래 고민한 끝에 머리도 기르고 모자도 쓸 수 있는, 더군다나 교복과 멋지게 어울릴 머리 스타일을 고안해냈다. 지금 생각해도 당시로써는 모두 경악할 일이긴 했다.

뒷머리는 과감하게 바리깡으로 올려치고 앞머리만 한 줌 길러 뽀글뽀글 파마를 했다. 모자를 쓸 때 파마머리를 말아 올려 모자 속으로 쏙 넣을 수 있을뿐더러 뒷머리도 말끔해 정말 교복에 잘 어울리는 완벽한 두발 패션이었다. 교과 선생님과 담임선생님께서 끊임없이 잔소리하셨지만 나는 그 헤어스타일을 그날의 사건이 있기 전까지 고수했다.

내가 고등학교 때는 사범대학에 진학하려면 교장 선생님의 학교장 추천이 필요했다. 교복을 단정히 갖춰 입고 미술 선생님과 교장실을 들어갔다. 파마머리로 교장실에 들어선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시던 교장 선생님께서는 “네가 선생님이 된다고? 당장 여기서 나가~.” 머뭇거리던 미술 선생님과 나는 교장실에서 나왔고 나는 그 길로 바로 이발소로 달려가 입영 장병처럼 머리를 싹둑 잘라버렸다.

다음날 심호흡을 하고 다시 교장실 문을 열었다. “머리만 자르면 선생님 되냐? 나는 절대 도장 못 찍는다!” 교장 선생님께선 화를 버럭 내셨다. 그렇다고 물러설 수도 없고 나는 또 교장실을 찾았다. 그 자리에서 미술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지금도 또렷하다. “교장 선생님 이 녀석 앞으로 정말 괜찮은 선생님이 될 겁니다. 제가 자신 있습니다. 절대 후회 안 하실 겁니다.” 그렇게 삼고초려 끝에 겨우 추천서를 받았지만 아직도 그때 생각만 하면 등골이 오싹하다.

다른 친구들은 학력 교사가 끝나고 머리를 길렀는데 나는 반대로 원서 쓰면서 머리를 짧게 잘라버렸고 덕분에 사범대 면접에서도 아주 모범생 대접을 받았다. 당시 면접 교수님께 훌륭한 면접 자세라며 칭찬까지 받았으니까. 당시 미술 선생님 확신대로 나는 정말 괜찮은 선생님의 길을 가고 있는 건지. 새삼 많이 부족함을 느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