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_머선 129
MZ세대_머선 129
  • 윤인기 두성기업 대표이사
  • 승인 2022.04.06 16: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타임즈 포럼
윤인기 두성기업 대표이사
윤인기 두성기업 대표이사

 

스마트폰 문자를 활용하는 MZ세대들은 알 수도 있겠다. 기성세대 중에 은어인 `머선129'를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무슨 일이고'에서 `무슨'은 `머선'이고 `일이고'는 숫자 `129'로 표현한 것이다. 알면 웃프(웃기고 슬프다)지만 관심이 없으면 영원히 이해할 수 없는 언어유희이다.

바쁘고 정신없는 평일을 뒤로하고 평화로운 주말이 오면 따뜻한 가정에서의 행복한 시간이 돌아온다. 주일미사를 보고 아이들과 아이스크림 가게에 갔다. 의식의 흐름을 따라 자연스럽게 당연한 듯 평소대로 카운터로 가서 주문하려 했다. 큰딸이 팔을 잡아당기며 `왜 거기서 주문을 하냐' 물으며 창피해한다. 비대면 주문이 당연하다고 한다. 순간 당황했으나 팬데믹 시대이니 이해가 되었다. 키오스크는 언택트 시대에 스마트 기술이 적용되어 대부분 매장에서 주문, 계산에 활용될 뿐 아니라 최근엔 사회 전반적인 분야 어디에도 큰 화면이 사람을 대신해 한 자리씩을 차지 하고 있다.

지금의 아이들은 디지털 세상에 태어났다. 거부할 수 없다. 당연히 받아들이고 적응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대표자가 81년생이라는 뉴스를 보았다. 2등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오래전부터 30대 CEO가 회사를 이끌고 있다.

세계적으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빅테크 4대 기업인 구글, 메타, 애플, 아마존의 평균 직원 연령이 20대 후반 30대 초반이라고 한다. 직원 대부분이 MZ세대다. 애석하게도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디지털 서비스도 결국 MZ세대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X세대에 태어났던, 온전한 아날로그인 베이비부머세대에 태어났던 MZ세대의 생각을 알아야 한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도 `이대남' VS `이대녀'의 대결은 많은 이슈를 낳았다. 공정과 정의를 외치는 MZ세대를 알지 못하면 대기업도 뉴스거리 일 수밖에 없다.

서울대 경영학과 신재용 교수 강연에서 잊지 못할 이야기를 들었다. 대기업인 SK하이닉스 4년차 직원이 전 직원 2만9000명에게 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회사 실적과 이익률은 좋아졌는데 직원 성과급 기준이 뭐냐는 것이었다. 메일을 본 다른 MZ세대 직원들이 게시판을 마비시켜 버리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고 경영진은 자세를 낮춰 내년에는 실적에 걸맞는 보상을 하겠다고 대답했다.

MZ세대에게 `공정'은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한다. 나이를 떠나 불공정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재밌고 역설적인 것은 기성세대에게는 `공정'이 가장 중요한 가치는 아니라는 것이다. 기성세대는 이만하면 우리 회사는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반면 MZ세대는 우리 회사는 참을 수 없이 불공정하다고 생각한다. 노력 대비 주어지는 보상 교환비율이 얼마나 공정한지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있지 않으면 SK하이닉스 같은 상황은 계속 반복될 것이다.

MZ세대는 최고학력을 쌓고 가장 많이 일하는데 가장 적게 보상받아 불공정하다고 생각한다. 단군이래 최초로 부모보다 못사는 세대이며 억대 연봉자도 집사기를 포기하는 시대이고 소수의 성공 신화를 볼 수 밖에 없는, 디지털 환경과 좋아하는 일만 찾으면 성공한다고 각인하려는 찌든 의식들, 비트코인에 의지 해야만 희망이 있는 세대로 몰아가지만 첫 입사 1년 만에 80% 이상 퇴사하는 세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까지 해서도 현실은 원룸에 사는 세대이다.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못하며 단 한 장의 SNS의 사진을 위해 월급을 털어버린다. 퇴근하면서 운동이라 치부하며 유통공룡의 택배를 돌린다. 공유경제라며 길거리에 킥보드를 이용한다. 중고장터 사이트는 터질 듯 성황이다. 집에 들어가서는 얼마 전 독일기업에 넘어간 사이트에서 배달 음식을 시켜먹으며 하루를 마감한다.

`공정하다는 착각'의 저자 마이클 샌델은 공정과 능력주의를 아주 신랄하게 비판한다. 최고의 성과를 내려면 노력, 재능, 운 세 가지가 맞아야 하는데 모든 것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유전과 환경으로 결정된다고 한다. 삶과 사회는 이미 불공정한데 공정하다고 착각을 하며 살게끔 시스템화 돼 있다고 한다.

과연 현시대의 사회적 분위기는 정상적인가. 여전히 기득권의 노림수에 넘어가고 있진 않은가. 건강한 사회를 위해 기업가로서 어른으로서의 의무가 어깨를 무겁게 하지만 대한민국이 이렇게 삼시세끼 걱정 없이 풍족하게 살 수 있는 이유는 MZ세대들이 꼰대라고 생각하는 기성세대의 희생 덕분이라는 걸 알기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