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 위조의 덫
학력 위조의 덫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8.13 22: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 중 겸 <건양대 석좌교수>

국민의 정부 출범 초기에 경찰에 쓰라린 기억이 있다. 서울청장에 임명된 사람의 학력 위조가 들통났다. 3일 만에 옷을 벗었다. 대통령과 출신지역이 같았다. 초고속 승진을 했다.

그냥 놔두지 않았다. 흠 찾아내기에 혈안이었다. 끝내 그걸 알아내서 낙마시키고 말았다. 뭔가 상식을 벗어난 행동의 이면에는 아름답지 못한 이력이 숨겨져 있다. 욕망이 그 주범이다.

우리사회는 연(緣)이 작동한다. 혈연과 지연과 학연이 그물처럼 얽혀 생활을 지배한다. 그 가운데 내가 나온 학교가 큰 힘을 발휘한다. 학력(學力)이 아니다. 학력(學歷)이다.

일류 대학을 나왔어도 공부를 게을리 했다면 실력이 처진다. 삼류 대학을 나왔더라도 공부를 열심히 했으면 능력이 앞서기 마련이다. 이러한 진실이 현실에서는 거의 적용되지 않는다.

어느 대학 출신이냐는 학교의 이력이 학벌(學閥)로 이어진다. 사람 심리는 내가 다닌 학교에 애틋함을 지닌다. 이왕이면 동기생이나 선후배를 비롯한 동창이 낫다는 정서다.

끌어 주고 밀어 주는 끈끈한 관계가 형성된다. 세상살이가 손쉽다. 서로 의존한다. 편한 면도 있다. 역량이 좀 뒤지거나 결점이 좀 있어도 받아들인다. 한솥밥 먹는 식구로 만든다.

그 무리에 끼려한다. 위조가 방법의 하나다. 학위와 졸업장과 성적증명서를 모두 가짜로 만든다. 세상은 또 얼마나 허술한가. 위조하고 변조한 서류를 만들어 파는 꾼들이 도처에 널려서 사업한다. 돈이 들뿐이다.

형법에는 문서에 관한 죄가 있다. 공무원 또는 행정관청과 같은 공무소의 문서가 공문서다. 위조하거나 변조하거나 행사하면 죄가 되어 처벌된다.

공무원이나 공무소 이외의 일반 사인(私人)이 작성한 문서는 사문서다. 역시 처벌된다. 국.공립대학 학위 위조와 같은 공문서에 관한 죄는 이력서나 매매 증서와 같은 사문서에 관한 죄보다 무겁게 처벌한다. 미수도 죄가 되는 경우가 있다.

거기에다가 취직에 위조된 서류를 사용하면 업무방해죄도 성립한다. 먹고 살기 위해서라면 결코 하지 말아야 한다. 교도소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허세나 과시의 용도로는 더 더욱 멀리 해야 한다. 막장인생이 된다. 인생의 성취는 한 우물을 차근차근 오래 파나갈 때 방문한다. 내공(內功)이 있어야 비로소 전문가 소리 듣는다.

어디 출신이라는 과거형의 고정된 가치가 아니라 실적과 성과라는 현재 모습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경쟁사회이기에 쉬운 일은 아니다. 함께 변화시켜 나가야 보다 공정한 사회가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