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원과 향교 알고보기
서원과 향교 알고보기
  • 김충윤 충북도문화재연구원 중원학연구팀 연구원
  • 승인 2022.04.03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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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시선-땅과 사람들
김충윤 충북도문화재연구원 중원학연구팀 연구원
김충윤 충북도문화재연구원 중원학연구팀 연구원

 

여느 때보다 늦은 느낌의 봄이지만 늘 그랬듯 꽃은 핀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진정되기를 기대했지만 확진자는 매일 늘어 대유행을 하고, 모두는 이제 적응해버린 것인지 각자 저마다 방역수칙을 지켜가며 봄 정취를 찾아 떠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행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나들이객들은 사람이 붐비는 명소보다 한적한 곳을 선호하는 듯하다. 한적한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곳곳에 숨겨진 문화재들이 눈에 들어오는데, 오늘은 옛 고을마다 빠지지 않고 하나씩 있는 서원과 향교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기왕 들러서 구경하는데 알고 보면 더 좋지 않겠는가.

서원은 우리나라 전통문화의 근간을 이어온 곳이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의 ‘문화적 전통의 증거’임을 인정받아 영주 소수서원, 안동 도산서원, 병산서원, 경주 옥산서원, 달성 도동서원, 함양 남계서원, 정읍 무성서원, 장성 필암서원, 논산 돈암서원 등 9곳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9곳의 서원 이외에도 많은 서원들이 각지에 분포하며, 각각 위치한 지역의 역사와 함께해왔다. 우리 지역은 청주의 신항서원, 괴산의 화양서원, 음성의 운곡서원, 보은의 상현서원 등이 있다.

서원은 지방 사림들이 후학양성과 학문수양, 선현에 대한 제례를 위해 각지에 설립한 사설기관이다. 오늘날의 지역의 사립학교와 같다고 보면 이해가 빠르다. 그러면 여기서 조선시대의 지방교육기관으로 익히 아는 향교는 어떻게 다른지, 어떤 관계였는지 궁금해질 것이다.

향교는 인재양성과 지역교화를 목적으로 하여 전국의 주, 부, 군, 현마다 설립되었던 관학이다. 현재 각 지역에서 인재를 배출하여 지역에 이바지하고자 설립된 지역소재 국립대학교의 역할이었다고 볼 수 있다. 최초로 향교가 세워진 시기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기록상 가장 오래된 것은 1127년으로, 고려 인종 때에 각 주에 학교를 세우도록 한 기록이 있어 고려 중기 이후에는 향교가 이미 있었을 것으로 학자들은 추측한다.

학문의 수양을 위한 곳으로 교육기관으로써 설립된 향교였으나 조선 성종에 이르러서는 과거시험 합격을 위한 관리양성 기구의 성격이 강해지게 된다. 이에 대응하여 유학적 이상의 실현, 지역사회의 교화를 목표로 지방 사림들이 만든 사설 교육기관이 바로 서원이다. 이러한 설립과정에 대한 차이로 향교는 주로 읍성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의 경관이 좋은 경사지에 위치하게 되었고, 서원은 지방 행정의 간섭을 피하고 개인적 수양을 위해 인적이 드물고 경치가 뛰어난 장소에 있게 되었다.

서원과 향교는 공통적으로 성리학적 규범, 제사와 교육을 중시하였다. 태생적 목표는 같기에 전체적인 구성은 같아 서원과 향교 모두 제사를 위한 제향 공간과 교육을 위한 강학 공간으로 구성되었다. 각 공간은 확실한 중심축을 가진 좌우 대칭으로 구성되었다. 대부분 배치형태는 공간의 배치 순서에 따라 전학후묘(강학 공간의 전면배치, 제향 공간의 후면배치), 전묘후학(제향 공간의 전면배치, 강학 공간의 후면배치) 등으로 구분하나 서원의 경우 인적이 드물고 경치가 좋은 위치에 터를 잡는 특성상 독특한 배치가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제향 공간은 가운데의 대성전을 중심으로 좌우에 동무와 서무로 구성된다. 대성전은 공자를 비롯한 선현들의 위패를 모시는 곳이고 동무와 서무는 공자의 제자, 중국의 선현과 우리나라 선현의 위패를 모시는 곳이다. 강학 공간은 가운데의 명륜당을 중심으로 좌우에 유생들의 기숙사인 동재와 서재로 구성된다. 동재와 서재는 대부분이 규모와 형태를 똑같이 하였으나, 사용하는 학생들의 학식과 출신은 동재의 유생들이 더 높았다고 한다.

봄꽃이 만개하는 계절이다. 꽃놀이를 즐기는 계절, 학업과 낭만을 즐기는 요즘 학생들처럼 장수(藏修, 학문을 항상 마음에 둠)와 유식(遊息, 휴식하고 노는 것마저도 배움 안에 있음)을 즐기던 옛 조상의 모습을 상상해보며 서원과 향교를 방문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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