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년병장과 레임덕, 그리고 남북정상회담
말년병장과 레임덕, 그리고 남북정상회담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8.10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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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규 호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떨어지는 낙엽도 피해가라. 뇌진탕의 위험이 있다.' '길 위의 돌멩이를 차지 마라. 다리 부러질 염려가 있다.' '접시 물에도 발을 담그지 마라. 익사의 위험이 있다.'는 등등의 우스갯소리는 군대를 제대한 대한민국 국민들은 대부분 아는 얘기다.

심지어 가랑비에 맞아 머리에 구멍이 날 수도 있다는 엄살과 말년에 피 볼까 두려워 바느질도 삼가야 한다는 극도의 경계에 이르면 헛웃음이 저절로 나오게 된다.

제대를 눈앞에 두고 일어날 수 있는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면서 극도의 몸조심을 해야한다는 말년병장의 이런 심리는 일견 바람직하다.

더욱이 어느 정도 숙련된 상태에서의 방심이 불러일으키는 인재를 경계하면서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민간인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는 어쩌면 새로운 것으로 향하는 경건함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극도의 조바심은 결국 복지부동을 낳고, 숙련된 기술과 노하우의 현장 적용 어려움으로 이어지면서 조직과 개인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대통령의 임기 말 레임덕 현상에 대한 우려도 제대를 앞둔 말년병장의 처지와 비슷하다.

이러한 권력누수로 인해 차기 대통령이 선출되기까지의 과정에서 눈치 보기와 줄서기, 그리고 시간 때우기로 일관하는 공직사회의 느슨함이 걱정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이처럼 만연된 보신주의는 새로운 정책에 대한 도전의지의 결여로 이어지면서 보이지 않는 손실을 가져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실로 7년의 오랜 기다림 끝에 2차 남북정상회담이 오는 28일부터 사흘간 열린다.

레임덕은 없다고 강조한 노무현 대통령의 말대로 대통령이 가진 합법적 권력을 마지막까지 행사하겠다는 의지가 실현되는 셈이다.

그러나 8일 발표된 남북정상회담 개최 소식을 둘러싸고 그 의미와 기대는 차치한 채 다른 시각에서의 국내·외의 반응이 다채롭다.

당장 미국의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즈는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않아 실질적으로 얼마나 성과가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보도했고, 워싱턴포스트는 "김정일 위원장이 한국 내 대선 분위기에서 열리는 이번 회담에서 보다 많은 지원을 얻어내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심지어 일본의 아사히신문은 "정권 말기의 급조된 이벤트"라고 폄하하고 있다.

국내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대선을 앞둔 시기적 상황에서의 돌파구를 노린 꼼수라는 비난과 우려가 드러나고 있고, 결국 차기정권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기우도 곁들여지면서 정파간 이해득실의 계산에 분주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통일'은 우리가 얼마나 오랜 세월을 보듬어온 '소원'이던가.

북한주민을 마치 얼굴에 뿔난 도깨비 혹은 온통 시뻘건 피부를 가진 괴물쯤으로 여겨왔던 적대감정이 민족 공동체로서의 동질성으로 순치되기까지의 정성어린 기다림을 국민은 잘 알고 있다.

하물며 북한문제 해결의 구심이 남북 당사자 보다는 6자회담에 쏠려 있고, 당연히 주변 강대국의 본심이 우리와는 다르게 작용하는 정세에서 능동적이고 주체적 접근은 매우 적절하다.

남북정상회담이 다가오는 대선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는 오히려 성숙한 우리 국민의 의식수준을 무시하는 것이다.

레임덕이니 식물 대통령 운운하는 국정공백의 아쉬움보다는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자세에서 희망을 찾아야 한다.

'소원'은 시기와 장소를 구별하면서 갈구해야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수없이 합창했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은 만남을 통해 숙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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