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4컷과 계회도
인생 4컷과 계회도
  • 리안 라폼므 현대미술관미디어아트작가
  • 승인 2022.03.30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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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리안 라폼므 현대미술관미디어아트작가
리안 라폼므 현대미술관미디어아트작가

 

요즘 MZ세대의 특별한 사진찍기인 `인생 4컷'은 카메라나 영상으로 자신을 표현하는데 익숙한 MZ세대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해진 디지털시대에 인간적 감성을 잘 나타내는 단체사진 놀이터가 아닌가 싶다. 찰칵!, 찰칵!, 찰칵!, 찰칵! “나, 멋지게 나왔어? 이게 뭐야! 이상하게 나왔잖아! 다시!”단체로 사진을 찍을 때 늘 생기는 일들이다.

이와 같은 일들은 17세기에도 있었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 가장 유행하던 회화 테마 중의 하나가 자신들을 기록하기 위한 `단체초상화'였다.

그중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단체초상화는 렘브란트의 `야간경비대'다. 17세기 당대 최고의 초상화가 렘브란트는 100여 장의 자화상을 그린 화가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야간경비대'는 렘브란트를 위대한 화가로서 인정을 받게 한 동시에 몰락을 안겨준 작품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암스테르담에 있던 시민 민병대 건물의 사령부를 장식한 5개의 작품 중 하나로 네덜란드에 있던 지방 민병대의 활동을 표현한 작품으로서 민병대원 16명이 똑같이 갹출하여 작품 값을 지불하기로 한 그림이었다.

하지만 일부 민병대원은 얼굴의 측면만 나오거나 다른 사람에 가려서 눈만 나오는 등 등장인물들이 제각각의 모습으로 그려졌다. 인물이 반밖에 보이지 않았던 민병대 사람들은 후에 비용을 지불하는 데 불만이 많았다. 당시 단체초상화 작품들은 등장인물들을 같은 높이에 두고 같은 모습으로 그렸지만 렘브란트는 일반적인 관행에서 벗어나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등장인물들의 비중을 두고 그렸던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도 이런 단체초상화 형식의 그림이 있었을까?

`계회도(契會圖·선비들의 모임 기록화)'가 있다. 계회도란 동료 선비 문인들의 모임인 `계회'의 장면을 내용과 참가자 이름·관직 등과 함께 기록한 기록화이다. 오늘날의 인생 4컷이나 모임의 기념사진처럼 모인 사람 수만큼 그려서 나눠 가졌다. 조선시대에 유행했으며, 그림의 위쪽에 모임 이름을 적고 가운데 산수 위주의 계회 장면을 그리고 하단에 참석자 인적사항을 적는 형식이다. 조선시대에 계회도는 계회를 통해 소속과 신분 혹은 정서적인 동질감을 전제로 서로간의 강한 결속력을 강조하였다. 강한 소속감을 토대로 한 계회는 조선 관료 사회의 인적 결속과 화합에 상당히 긍정적인 역할을 하였다고 한다.

당시 계회가 양반 상류층의 회합의 관행으로 정착됨에 따라 만남을 기념하는 기록물을 필요로 하였고 이에 대한 수요가 계회도의 제작과 유행을 가져오게 되었다. 계회도는 계회 참석자들이 각자 한 점씩 나누어 갖는 관행이 있어서 대량으로 제작되었으므로 일정한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즉 동일한 내용의 그림을 여러 점 그리기 위해서는 계회도 형식의 표준화가 필요했다. 일정한 구도와 형식 등은 하나의 약속된 원칙처럼 적용되었다. 이러한 형식은 조선전기에 주로 통용되었지만, 모든 계회도가 반드시 전형을 따른 것은 아니었으며, 더 참신한 화풍이 나타내기도 했다. 계회도는 조선의 많은 전란을 겪으면서 소실된 경우가 많았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고유의 기록화, 기념화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지난 22일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계회도(일본·개인소장)가 크리스트 경매를 통해 `독서당계회도'가 약 8억4000만원에 한국인에게 낙찰되었다고한다. 마침내 한국으로 돌아올 `독서당계회도'를 축하할 겸 주변 예술인들과 오늘을 기념하며 `인생 4컷'을 찍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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