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연락이 오면 걱정이 앞선다. 열어보지 않은 문자가 어떤 소식을 품고 있는지 알지 못하지만, 단지 연락이 왔다는 사실 만으로 핸드폰 액정 위로 `코로나' 혹은 `확진자'라는 단어가 둥둥 떠있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연일 수십만 명이 확진되고, 하루가 멀다 하고 가족, 친구, 직장동료, 지인들이 코로나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정부 차원의 거리두기와 방역수칙을 개개인이 잘 지키면 언젠가는 코로나가 종식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믿었던 코로나19 발병 초기의 모두의 소망은 빛바랜 바람이 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이처럼 우리는 코로나라는 지독한 전염병으로 인해 체념과 절망 사이에서 여전히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를 힘들게 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평소와 다름없던 퇴근길, 한 차선이 줄을 선 차량으로 유난히 막혀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사고라도 났는가 싶어서 고개를 돌려보니 `알뜰주유소'가 눈에 띄었다.
늘 그 자리에 있던 알뜰주유소였고, 특별한 이벤트를 하는 것 같지도 않아 보였는데 이상하다고 생각한 순간 내 눈을 의심하게 되는 숫자를 보게 되었다. “휘발유-1945원 / 경유-1845원' 21세기에 정말 일어났나 싶은 전쟁이 발발한 이후 국제 정세에 큰 영향을 미쳐 물가가 상승할 거라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이렇게나 빠르게 체감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기에 충격은 그 무게가 남달랐다. 게다가 평소 기름 값 저렴하기로 유명한 알뜰주유소의 기름 값이 2000원에 육박하면 도대체 다른 주유소는 얼마를 받고 있을지 생각하니 아찔한 기분마저 들었다.
가슴이 더 답답했던 건 급격한 물가 상승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한때는 먹는 파 값이 치솟아 `파테크'라는 명목으로 일부 사람들이 집에서 파를 키우는 현상이 벌어졌고, 한동안은 계란값이 치솟아 한판에 만원이 훌쩍 넘어가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까지는 딸기값이 폭등해서 금딸기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려왔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기본인 `의, 식, 주'중에 이미 `주'는 폭등과 폭락 사이에서 그 위치를 잡지 못한지 오래이지만, 가장 본능적이라고 볼 수 있는 `식'조차 우리의 삶을 팍팍하게 만드니 이제는 정말 어떻게 살아야 할지 그저 암담하기만 하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자 더더욱 미래를 예측할 수 없게 되었고, 이에 사람들이 대응하는 모습도 극과 극으로 갈렸다. 이럴수록 미래를 더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외치며 `짠테크- 극도의 절약으로 돈을 모으는 현상'에 돌입한 사람들도 있고, 한 치 앞이 캄캄한 이번 생에 미래가 있기는 하냐며 그저 하루하루를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각자의 소신이고, 신념이기에 어느 한 쪽만이 옳다고 할 수 없다. 그저 그 어느 쪽도 밝아 보이지 않아 서글플 뿐이다.
옛말에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라고 했다. 코로나, 전쟁, 물가 상승, 산불 등과 같은 여러 재앙으로 우리가 애써 받치며 살아온 하늘은 무너지고 또 무너졌다. 그러니 이제는 솟아날 구멍이 그 모습을 보여주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옛말 그른 거 없다는 말이 조속히 실현되어 빛바랜 희망에 먼지를 툭툭 털어낼 수 있기를 간절히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