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하늘
무너진 하늘
  • 반지아 수필가(괴산 청안초 행정실장)
  • 승인 2022.03.2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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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반지아 수필가(괴산 청안초 행정실장)
반지아 수필가(괴산 청안초 행정실장)

 

언젠가부터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연락이 오면 걱정이 앞선다. 열어보지 않은 문자가 어떤 소식을 품고 있는지 알지 못하지만, 단지 연락이 왔다는 사실 만으로 핸드폰 액정 위로 `코로나' 혹은 `확진자'라는 단어가 둥둥 떠있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연일 수십만 명이 확진되고, 하루가 멀다 하고 가족, 친구, 직장동료, 지인들이 코로나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정부 차원의 거리두기와 방역수칙을 개개인이 잘 지키면 언젠가는 코로나가 종식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믿었던 코로나19 발병 초기의 모두의 소망은 빛바랜 바람이 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이처럼 우리는 코로나라는 지독한 전염병으로 인해 체념과 절망 사이에서 여전히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를 힘들게 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평소와 다름없던 퇴근길, 한 차선이 줄을 선 차량으로 유난히 막혀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사고라도 났는가 싶어서 고개를 돌려보니 `알뜰주유소'가 눈에 띄었다.

늘 그 자리에 있던 알뜰주유소였고, 특별한 이벤트를 하는 것 같지도 않아 보였는데 이상하다고 생각한 순간 내 눈을 의심하게 되는 숫자를 보게 되었다. “휘발유-1945원 / 경유-1845원' 21세기에 정말 일어났나 싶은 전쟁이 발발한 이후 국제 정세에 큰 영향을 미쳐 물가가 상승할 거라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이렇게나 빠르게 체감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기에 충격은 그 무게가 남달랐다. 게다가 평소 기름 값 저렴하기로 유명한 알뜰주유소의 기름 값이 2000원에 육박하면 도대체 다른 주유소는 얼마를 받고 있을지 생각하니 아찔한 기분마저 들었다.

가슴이 더 답답했던 건 급격한 물가 상승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한때는 먹는 파 값이 치솟아 `파테크'라는 명목으로 일부 사람들이 집에서 파를 키우는 현상이 벌어졌고, 한동안은 계란값이 치솟아 한판에 만원이 훌쩍 넘어가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까지는 딸기값이 폭등해서 금딸기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려왔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기본인 `의, 식, 주'중에 이미 `주'는 폭등과 폭락 사이에서 그 위치를 잡지 못한지 오래이지만, 가장 본능적이라고 볼 수 있는 `식'조차 우리의 삶을 팍팍하게 만드니 이제는 정말 어떻게 살아야 할지 그저 암담하기만 하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자 더더욱 미래를 예측할 수 없게 되었고, 이에 사람들이 대응하는 모습도 극과 극으로 갈렸다. 이럴수록 미래를 더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외치며 `짠테크- 극도의 절약으로 돈을 모으는 현상'에 돌입한 사람들도 있고, 한 치 앞이 캄캄한 이번 생에 미래가 있기는 하냐며 그저 하루하루를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각자의 소신이고, 신념이기에 어느 한 쪽만이 옳다고 할 수 없다. 그저 그 어느 쪽도 밝아 보이지 않아 서글플 뿐이다.

옛말에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라고 했다. 코로나, 전쟁, 물가 상승, 산불 등과 같은 여러 재앙으로 우리가 애써 받치며 살아온 하늘은 무너지고 또 무너졌다. 그러니 이제는 솟아날 구멍이 그 모습을 보여주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옛말 그른 거 없다는 말이 조속히 실현되어 빛바랜 희망에 먼지를 툭툭 털어낼 수 있기를 간절히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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