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화재가 살아났다
어느 날, 문화재가 살아났다
  • 나윤채 충북도문화재연구원 교육활용팀 연구원
  • 승인 2022.03.27 1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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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시선-땅과 사람들
나윤채 충북도문화재연구원 교육활용팀 연구원
나윤채 충북도문화재연구원 교육활용팀 연구원

 

“선생님! 여기, 문화재가 죽어갑니다! 어떻게 할까요?”

“일단 숨부터 불어넣어. 경과를 살펴보고 수술대에 올려보자고!”

죽어가는 사람을 고치는 이는 의사다. 그런 `의사' 같은 존재가 문화재에도 있다. 그것이 바로 우리, `문화유산 활용 기획자'다. 의사가 `수술'이라는 과정을 통해 사람에게 생명을 불어넣는다면, 우리는 `기획'이라는 과정을 통해 문화재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그런데 사람에게 숨을 불어넣는 것과 문화재에 숨을 불어넣는 것은 조금 다르다. 아마 사람에게 적용되는 `삶'과 `죽음'의 의미가 문화재에는 조금은 다르게 적용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문화재에 있어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이고, 죽어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저 그 몸체를 유지하고 있다면 살아간다고 할 수 있을까? 불의의 사고로 불에 타 없어지거나 훼손된다면, 죽어간다고 할 수 있을까?

누군가는 고개를 끄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화재에게 있어서 삶과 죽음은 그리 간단하게 결정되지 않는다. 문화재 보존의 방법이 변화되면서부터 말이다.

이전까지 우리는 `문화재가 살아있다'고 한다면 말 그대로 `문화재의 실재'를 의미해왔다. 그래서 문화재에 대한 접촉을 최소화해 상하지 않도록 보존하는 방법으로 문화재를 살려왔다.

그런데 이런 말들에 물음표가 붙기 시작했다. 존재하기는 하지만, 먼 발자국 떨어져 그저 바라만 볼 수 있는 것이 진정 문화재가 살아 나아가는 길이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 의문은 논쟁이 되었고, 우리는 마침내 `문화재가 살아있다'의 뜻을 기획이라는 과정을 통해 문화재를 살려내는 `문화재의 생동'으로 바꾸어냈다.

`생동'이라는 말에서 느껴지듯, 이전과 다르게 우리 문화유산 활용 기획자들은 문화유산에 숨을 불어넣고, 생기 있게 움직이게 함으로써 문화재를 살린다. 한 문화재가 가지는 그 고유한 가치를 찾아내고, 그 가치를 기반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현재의 사람들과 한데 어우러져 지낼 수 있도록 한다. 그런 마음으로 만들어낸 것이 바로 문화재청에서 시행하는 생생문화재사업, 살아 숨 쉬는 향교·서원, 문화재 야행 등의 문화재 활용 사업이다.

이 활용 사업 덕분에 문화재는 사람들의 삶 속에 융화되어 스러져가던 생명을 다시 싹 틔우고 있고, 사람들은 역으로 문화재를 통해 자신들이 살아보지 못한 숨결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온 가족이 함께 웃고 떠들며 문화유산 캠프에 참여해보고, 친구들과 함께 직접 문화재를 구경하고 답사해보며, 내가 직접 문화재를 그리고,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보기도 하면서.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하루하루를 지역의 문화재를 찾아내 그 문화재가 우리들의 삶과 공존하며, 함께 숨 쉬고 살아갈 수 있도록 각종 문화유산 캠프, 행사, 답사 등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데에 쓴다.

우리 고장 충북 충주에서는 충주읍성과 관아공원을, 진천에서는 김유신의 태실을, 그리고 옥천에서는 이지당과 조헌 묘소를 주제로 말이다.

우리는 앞으로도 이러한 문화재들이 죽어가지 않도록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어느 날, 또 하나의 문화재가 소리 소문도 없이 우리 곁을 떠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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