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이세 홍익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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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22.03.24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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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얼굴에 잔잔한 미소를 띤 채, “친구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는 성경 구절이 떠오른다”며, 사기가 떨어진 러시아 군인들을 독려하는 모습이 전파를 타고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최전선에서 연일 사망하는 전우들을 보면서, 전의를 상실하고 있는 러시아 군인들에게,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고 용감하게 싸우다가 전사하는 것이야말로 큰 사랑이라고 역설하는 푸틴의 모습을 보면서 문득 `교언영색(巧言令色)' 및 아전인수(我田引水)이란 말이 떠올랐다. 교언영색은, 타인의 마음을 흔들어 환심을 사기 위해 교묘한 말을 하면서 얼굴빛을 보기 좋게 꾸민다는 말이다. 아전인수는 제 논에 물을 댄다는 말로, 제 이득과 제 입장만 생각한다는 의미의 사자성어다.

푸틴은 자신만의 생각 및 필요에 초점을 맞춘 채, `친구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이 없다는 성경 구절을 오남용한 것이 아닌지 성찰해 봐야 한다. 푸틴이 성경의 가르침을 잘 이해하고 받아들인 뒤, 친구를 위해 목숨 바치는 큰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면, “너의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는 성경 말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또 이웃을 제 몸처럼 사랑할 줄 안다면, 이웃이자 친구인 우크라이나를 파멸로 몰고 가는 전쟁을 일으키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푸틴이 진정으로 큰사랑을 안다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이익에 상반되는 정책을 펼친다고 해도, 원수로 생각하는 일은 쉽지 않다. 설혹 원수라는 악감정이 일어나도, “원수를 사랑하라”는 성경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큰 사랑으로 평화와 협력을 모색했을 것이다.



푸틴이 “누구든지 너로 억지로 오 리를 가게 하거든 그 사람과 십 리를 동행하고, 네게 구하는 자에게 주며 네게 꾸고자 하는 자에게 거절하지 말라”는 성경 말씀을 제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였다면, 그동안 몇 번에 걸친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종전 협상이 허무하게 결렬되는 일 없이, 순조롭게 진행됐을 것이다. 푸틴이 제 입맛에 맞는 성경 몇 구절을 외운 뒤, 제 필요 및 이득을 위해 이리저리 논리적으로 꿰맞추면서 견강부회한 것이라면, 다시는 그와 같은 짓을 반복해선 안 될 것이다. 목사, 신부, 승려 등의 성직자들은 물론, 지구촌의 모든 이들이, 일상의 삶 속에서 자기 자신조차 실천하지 못하는 그럴듯한 경전 말씀을 수단으로,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는 웃지 못할 작태를 연출하는 일은 이제 지구촌에서 사라져야 한다.

농부가 추운 겨울 소를 잘 먹이고 돌보는 것은, 소를 미워해서도, 소를 사랑하기 때문도 아니다. 봄날 논밭을 갈기 위한 자신의 필요에 따라 소를 돌보거나, 양돈 농가에서 돼지들이 병 없이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며 주사를 놓아주는 것 등은 큰사랑일 수 없다. 자신의 이득을 극대화하기 위함이 본 목적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신 및 자국의 이득만을 중시하는 맥락에서 버젓이 `국제정치의 핵심은 곧 자국의 이득'이라는 구태의연한 정치학 이론은 지구촌에서 즉시 폐기돼야 한다. 무늬뿐인 형식적 평화 유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국만의 이득을 추구하며 지구촌의 공익을 위협하는 나라에 대해선, 국제사회가 하나 되어, 암세포를 잘라내듯 단호하게 제재해야 할 것이다. 0점 조정된 저울이 정확하게 무게를 재듯, 원근 친소에 흔들림 없는 지공무사한 마음으로 지혜롭게 시시비비를 가리며 상생하면서, 큰사랑으로 광명이세(光明理世) 홍익인간(弘益人間)하는 지구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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