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치고 싶은 유혹에 굴복하다
사기치고 싶은 유혹에 굴복하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8.09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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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명문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노라 했다. 미술관에서 유명세를 탔다. 대학교수도 됐다. 축제의 책임자로도 선발됐다. 거짓을 바탕으로 벌인 사기극이다.

들통 나자 비행기 타고 잠적했다.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여기저기서 나도 그런 잘못 저질렀다며 고백한다. 제 선 자리 다 다지고 유명세도 다 누린 다음의 양심선언이다.

인심이 좋아선가 조금 시간 지나면 다 잊는다. 너도나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천연덕스럽다. 망각을 기다려 복귀한다. 응징이 되지 않는 풍토다. 그러니 만연시킨다.

원죄는 인간의 심성만이 아니다. 학벌을 중시하는 우리사회의 병리현상이다.속이 비었어도 좋은 학교 나왔다 하면 사족을 못 쓴다. 남에게 질세라 먼저 모셔 간다.

실정이 이러니 없어질 리 없다. 켐퍼스에는 뱃지까지 구해 차고 다니는 가짜가 드물지 않다. 복학생인 줄 알고 형이나 누나라 불렀더니 도둑질이나 하고 내뺀다.

학력조작의 손짓을 뿌리치기는 쉽지가 않다. 실업자가 되느니 취업을 하고 봐야 한다는 강박관념 탓이다. 이력서를 쓸 때 셋 중에 하나가 조작하고 싶었다 한다.

내 마음 속에 도사리고 있다. 거짓말을 통하여 원하는 목표를 손에 쥐려는 심뽀가 말이다. 주위 사람이 별 문제의식 없이 받아 들인다. 속아 넘어 간다. 나중에 한탄한다.

들통나는 건 시간문제다. 거짓은 영원하지 못 하다. 조작도 언젠가는 들통난다. 처음부터 바로 가야 하는 데 어디 사람이 그런가 말이다.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다.

사기는 단독행동이 아니다. 먼저 사기에 넘어 가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옆에서 거들어 주거나 뒷배를 봐주는 조연자도 필요하다. 지능게임이고 공동작품이다.

내가 교수에 임용될 때의 사실이다. 18가지 서류를 미리 냈다. 초본과 등본이 필요했다. 성적과 졸업 증명서는 기본이었다. 학위논문도 첨부했다. 웬 게 이리 많아 했다.

1월에 경찰을 그만 두었다. 2월에 절차를 밟았다. 신원진술서도 쓰라 했다. 공무원 생활을 30년 넘게 했는 데도 말이다. 수사국장으로 퇴직했어도 예외가 아니었다.

가짜가 교수되기 어려운 구조다. 크로스 체크하면 곧 발각되게 되어 있다. 사기는 치거나 당하거나 방조하거나 욕심에 무너진 범죄다. 허세부리는 자를 조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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