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무지개 뜨는 언덕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나?
쌍무지개 뜨는 언덕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나?
  • 김태선 충북자연과학교육원 창의인재부장
  • 승인 2022.03.23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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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김태선 충북자연과학교육원 창의인재부장
김태선 충북자연과학교육원 창의인재부장

 

왠지 모르게 무지개가 뜨면 “와, 무지개다!” 하고 마음도 담아 소리친다. 특히 쌍무지개가 뜨면 가다가 길을 멈추고 동영상을 찍기 바쁘다. 그냥 무지개도 아니고 쌍무지개를 봤다고 자랑하고 싶기 때문이다. 타당한 근거는 없으면서도 뭔가 행운이 같이 따라온 것 같은, 앞으로 행운이 함께 해줄 것 같은 그런 마음도 담아서 자랑한다.

무지개가 어떤 꿈과 희망, 소망, 사랑을 담았기 때문에 쌍무지개는 더 많은 곱빼기(?)의 의미를 담은 것 같지 않은가? 김내성의 장편소설 `쌍무지개 뜨는 언덕'은 한국 교육소설의 대표작으로 이 제목에 있는 쌍무지개도 그렇게 이해하게 된다. 두 번이나 영화화되고 소설가 박범신을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한 책으로 알고 있다.

그만큼 쌍무지개는 우리에게 아련함과 그윽함을 주는데 도대체 무지개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무지개는 사실 우리 눈에는 안보이지만 허공에 떠있는 물방울에 의해 생기는 것이다. 우리 눈과 햇빛 사이에 물방울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물방울의 반대편에서 오는 빛이 물방울을 통과해 굴절, 반사되어 우리 눈에 보이게 될 때 가시광선(빨, 주, 노, 초, 파, 남, 보)의 색깔에 따라 속도가 달라서 무지개로 보이게 된다. 빛이 물방울 속에서 한 번만 반사할 때는 일반적인 무지개가 되지만, 두 번 반사하게 되면 쌍무지개가 되는 것이다. 물론 더 많이 반사할 수도 있지만 빛의 세기가 줄어들어 일반적으로 보기가 어렵다.

햇빛이 약 40도~42도로 물방울에 입사하면 일반적인 무지개가, 약 50도~53도로 물방울에 입사하면 두 번 굴절해 만들어지는 쌍무지개가 뜬다. 그러려면 햇빛이 비스듬히 비춰야 하니까 아무래도 아침이나 저녁 무렵 비가 온 후에 주로 쌍무지개를 볼 수 있다.

쌍무지개가 떴다! 1차 무지개가 떠서 빨-주-노-초-파-남-보 순서대로 아름답게 그려진 무지개를 보았다. 그 위에 떠있는 2차 무지개도 빨-주-노-초-파-남-보 순서대로 뜰까? 천만에! 2차 무지개는 보-남-파-초-노-주-빨 순서대로 배치되어 있다. 그러니까 쌍무지개가 뜨면 가장 바깥에서부터 보자면 보-남-파-초-노-주-빨(2차 무지개), 빨-주-노-초-파-남-보(1차 무지개) 순서로 뜬다.

쌍무지개가 뜨거든 자세히 들여다보자. 물방울에서 1번 반사하는 경우와 2번 반사하는 경우의 색 배치가 다를 수밖에 없다. 또한 모든 물방울이 조화를 이루어 내 눈에 들어와서 무지개로 표현되는 것이라서 내게 와서 무지개로 표현해주는 수억 개의 물방울의 조합은 내 옆 친구에게 와서 무지개로 표현해주는 수억 개의 물방울들의 조합과 완전히 동일하다고 볼 수도 없다. 내가 보고 있는 무지개와 내 옆 친구가 보고 있는 무지개가 동일한 거 맞아? 이쯤 되면 다시 철학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가만있자. 그럼 내 옆에 있는 강아지는 무지개가 보이나? 강아지는 빨간색을 구별하지 못하는 색맹이다. 우리가 보는 무지개는 못 보겠지. 아쉽네.

그런데 갈수록 대기오염이 심해지면서 무지개를 볼 수 있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하니 이렇게 대기오염이 심해진다면 쌍무지개가 뜨는 언덕은 아예 볼 수가 없게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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