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국가 한국과 자본이라는 괴물
갈등국가 한국과 자본이라는 괴물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2.03.21 1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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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대선 후유증이 심상치 않다.

갈등을 치유하고 국민 통합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치권 어디에서도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이나 방안은 찾아보기 어렵다.

사회적 갈등을 뒤로한 채 후진적 정치 행태만 되풀이하고 있다.

유·불리에 따라 민심으로 표출된 갈등은 또 다른 도화선이 되어 부풀려지지 않을까 불안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갈등 상황을 진단한 영국의 보고서가 뒤늦게 조명받고 있다.

지난해 6월 영국 킹스컬리지가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28개국의 갈등지수를 조사한 결과 전체 12개 갈등 항목 중 7개 항목에서 한국이 1위를 차지했다.

세계 1위의 불명예를 차지한 항목은 빈부격차, 이념, 성별, 학력, 정당, 나이, 종교로 모두 심각한 갈등상황으로 분류됐다.

이는 영국의 보고서 외에도 한국의 불평등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월드 이니퀄리티 리포트나 갈등 최상위라는 전경련 보고서를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갈등국가 한국이라는 오명이 어쩌다 한번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이처럼 국가 전체의 갈등 기저에는 일제강점과 한국전쟁, 분단과 냉전 체계라는 암울한 한국의 역사가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우리 사회의 갈등이 심화하는 현실을 모두 설명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굴절된 우리 사회구조를 깊이 들여다보지 않고서는 갈등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는 견해다.

그렇다면 한국은 왜 갈등국가가 되었을까.

어느 나라보다 고도성장을 이루었고 경제지표에서도 선진국으로 자부하는 우리가 오늘은 왜 갈등국가라는 낙인을 찍게 되었을까.

이대남, 이대녀로 갈등이 조장되고, 세대와 세대를 분리하고, 보수와 진보라는 어쭙잖은 이념 논리로 갈등을 유발시키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이와 관련해 김누리 중앙대 교수는 최근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군사독재에서 자본 독재로 넘어오면서 자본이 모든 분야를 잠식하며 갈등을 유발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의 말을 빌리면 “이데올로기로 지배한다는 건 언어를 통해서 지배하는 것이고 노예 감독관을 내 안에 심어 놓은 거다. 자본이 가지는 모든 관념을 내 안에 심어 놓고서 사실은 지금 한국 사회는 스스로 알아서 자기 착취를 하는 방식으로 지배하고 있다. 자본과 노동 사이의 근본적인 모순을 계속 전가한다. 자본에 의한 노동 착취가 근본 문제인데 이 문제를 끊임없이 젊은 세대 남성들에게는 여성들 때문에 불이익을 당하는 것으로, 나이 든 기성세대 때문에 고생하는 것이라고 전가하고 있다. 심지어 노동자들 내부에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눠서 자기들끼리 싸우게 한다. 한국의 자본가들처럼 이렇게 편하게 지배하는 나라는 없다”며 갈등 요인인 자본독재를 강하게 비판했다.

군사독재의 물리적 폭력은 사라졌지만 자본독재가 지배하면서 한국의 자본주의는 약탈적 야수자본주의가 되었고 자본이 지배하는 나라가 되었다는 것, 1960대 이후 가난한 나라를 잘 사는 국가로 성장시키기 위해 정부가 자본에만 투자하고 집중해온 결과가 자본독재라는 기형적 나라가 되었다는 분석은 군사독재를 벗어나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이행하고 있다는 안일한 생각을 확 무너뜨렸다.

갈등을 갈등으로만 보고 회피하고 묻어두고 가는 방식으로는 국가의 미래가 없다.

지금이야말로 국민 각자가 갈등의 원인을 똑바로 볼 수 있는 사유의 힘이 필요하다.

자본이라는 괴물이 한국사회를 쓰나미처럼 삼키기 전에 갈등국가 한국의 문제를 깊이 성찰하고 해법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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