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적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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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8.09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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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중 겸 <건양대 석좌교수>

1987년 1월 14일. 경찰조사를 받던 서울대 박종철 군 고문치사사건이 일어 났다. 이 날을 기해서 경찰의 대공기능은 식물인간이나 마찬가지 신세가 되었다. 이름도 나중에 보안으로 바꿨다. 6월 9일 최루탄에 맞은 연세대 이한열군이 7월 5일 끝내 목숨을 잃었다.

경찰은 면목을 잃었다. 상실감에 짓눌렸다. 6·29 선언이 나왔다. 민주화의 물고를 텄다. 거대한 흐름에 경찰도 변해야 했다. 그때부터 몇년간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범법자는 엄벌한다는 문구가 단골메뉴였다. 그러나 구호에 그쳤다. 신분여하 불문은 실무행동이 되지 못했다.

그 결과가 2007년 3월 8일 나타났다. 돈이 말한다는 세상에서 그 힘을 악용한 사람이 보복폭행을 했다. 자기 회사원만 가담하지는 않았다. 조직폭력배도 동원했다. 조폭에게도 힘력(力) 자가 들어간다. 지연수사와 로비도 또한 파워다. 일맥상통한다고 시민들은 본다.

형사소송법의 역사는 기실 범죄 피의자와 피고인의 권리보장의 역사다. 범죄피해자는 오랜 기간 망각 속에서 신음했다. 당초에는 대접받았다. 죄와 벌을 국가가 관장하는 시대 이전에는 그랬었다. 복수조차도 당연하고 정당한 행위였다.

1764년에 이탈리아의 베카리아가 범죄와 형벌을 통하여 죄형법정주의를 처음 주장했다. 이후 죄와 벌은 서서히 국가의 일이 되어갔다. 1805년에 황야의 사자 나폴레옹이 형법을 만들었다. 1806년에는 형사소송법을 제정했다.

지금 우리나라 형사사법제도의 근간은 이들 법이 그 뿌리다. 일본이 메이지유신(明治維新)시절에 도입하였다. 식민지시대에 이식되었다. 우리가 계수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막강한 국가권력으로부터 범죄자의 인권을 보호함에 그 주안점이 두어졌다.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하여 범죄피해자학이 세상에 나왔다. 1960년대부터는 여성 해방론자와 강간 당한 여성과 현업종사자가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매 맞는 여성과 학대를 당하는 아동의 참상도 공개되고 보호되기 시작했다.

형사사법체제도 변혁되었다. 오히려 현재에는 양자의 균형을 넘어 범죄피해자의 권리를 더 중시한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제도를 이용한 보복이라고 강변하는 학자가 있는 지경이다. 화해를 모색하는 이론도 등장했다.

경찰은 또 왜 그랬는 지 모르겠다. 뻔히 알면서도 왜 제때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았는 지 불가사의하다. 보복폭행이라는 사적제재를 한 중세사람이나 최신의 기법으로 무장한 현대민주경찰이나 다 인간으로서의 불가피한 함정에 빠진 듯하다.

경찰 20년 전으로의 회귀라는 평가를 달게 받아들여야 한다. 1948년 경찰 창설로부터 곧 60년. 환갑이다. 제도피로가 역력하다. 순찰차의 색깔을 달리하고 제복의 디자인을 새로 했다고 해서 치유될 사태가 아니다.

개혁과 혁신이 주창되었지만, 제도에 그쳤다. 정신은 터치하지 않았다. 표리일체의 변모여야 한다. 겉을 변화시킨다 해서 속이 변하지는 않는다. 겉을 수백 번 바꾼다 한들 소용없다. 내부의 사람을 중시하지 않고 관심을 두지 않는다면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할 뿐이다. 사람이 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시대에 맞는 가치관이 무엇인가를 탐구하고 정립해야 한다. 오늘날에는 누구나 경찰로부터 받는 보호의 평등을 희구한다. 권세가 있건 없건 똑 같은 대우를 받기를 원한다. 돈이 있건 없건 대등한 법적 처우를 갈망한다.

시류와 사회분위기는 기회의 평등에 그치지 않고 있다. 결과의 평등까지도 요구하는 지경이다. 결과평등이야 공산주의로 실험하다가 망했다. 기회평등만큼은 보장하는 우리경찰이어야 한다. 이 니즈(needs)를 경찰가치로 하고 경찰관이 공유하면 경찰의 앞날은 밝다.

경찰의 역사 속 공과(功過)는 잘한 면이 조금은 더 많다. 경찰보호는 웰빙(well - being)의 필수요소다. 경찰미션은 안전(security)과 안심(safety)이다. 이 정신인프라를 바탕으로 부(wealth)와 건강(health)의 증진이라는 생활의 질 향상을 위해 분투하는 경찰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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