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어 서점
행성어 서점
  • 하은아 충북교육도서관 사서
  • 승인 2022.03.21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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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하은아 충북교육도서관 사서
하은아 충북교육도서관 사서

 

외모와 집안 배경, 학벌, 성격 등 나를 구성하는 모든 것이 평범하다. 비범한 구석은 찾기가 힘들다. 남들과 다르지 않게 무리 속에 숨어들 수 있도록 살아가는 것이 가장 편안한 삶이라고 세뇌당한 것처럼 `난 지극히 평범해!'라는 말을 달고 산다.

과연 평범한 사람은 있는 걸까? 한 사람 한 사람 자세히 살펴보면 특이하고 다른 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사고방식이 특이하고 어떤 사람은 외모가 특이하고 어떤 사람은 성격이 특이하다. 그럼에도 사람들과 잘 지내면 서로가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난 색깔이 없어. 평범해'라고들 말하지만 미묘하게 뛰어난 부분도 있고 색다른 점을 가지고 있는 비범한 사람들이다. 우리는 평범하고 싶은 비범한 사람들이 아닐까?

도서 `행성어 서점'(김초엽 글, 마음산책, 2021)은 비범한 사람들과 비범한 지구의 삶 이야기로 구성된 짧은 소설 모음집이다. 모든 것을 접촉할 수 없는 아픈 사람의 이야기, 행성어로 지어진 책을 파는 서점, 다른 행성의 물질을 키우는 이야기, 늪에 사는 균의 이야기 등 신비로운 이야기이지만 언젠가는 벌어지고 혹은 지금도 있을 것 같은 이야기로 가득하다.

지금도 우리는 어디서 발생했을지 모를 바이러스가 번지고 돌연변이가 생겨나 2년이 넘는 시간을 힘겹게 지내고 있다. 이 바이러스에 적응하는 것인지, 이겨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또 다른 생명체로 거듭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앞으로 우리는 이 소설 속 이야기처럼 미지의 어느 곳에서 버섯이 몸속에서 자라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다른 차원에서 온 또 다른 나를 마주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소설 속 이상한 세계의 이야기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가까운 미래에 정말 나타날 것 같다.

작가는 이 책의 이야기들을 단숨에 써 내려갔다고 한다. 그러면서 가벼운 짐만 꾸려 떠난 휴가처럼 이 책을 즐겨달라고 작가의 말을 남겼다. 책이 단숨에 읽힐 만큼 재미가 있다. 호흡이 짧아 끊어 읽기도 제격이다. 여행가는 차 안에서 읽는다면 여행지에 신비함을 상상할 수 있어서 더욱 재미가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책을 덮은 후에 잔상이 오래간다. 작가는 완벽한 상상의 세계를 문장으로 이어놓은 것이지만 우리가 사는 이 세계를 빗대어 풍자한 것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유행에 지나치게 민감하고, 특이한 것을 수집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너무 다른 사람들은 배제하고 싶은 사람들의 속성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영리하다. 이 짧은 이야기 속에 생각할 거리를 수만 가지를 제시한다. 환경오염과 과학의 발달이 잘못 어우러지면 소설 속처럼 이상한 생명체가 생겨날 것 같고, 그 속에서 우리는 기괴한 모습으로 살아갈 것 같다.

작가는 이 모든 내 생각들을 예상했을까? 나는 여전히 이 이야기들이 두렵기도 하지만도 앞으로의 세상이 기다려지기도 한다.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함께 만들 것이라는 이유 없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평범함으로 가장한 비범한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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