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지승(大通智勝)4
대통지승(大通智勝)4
  • 무각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 승인 2022.03.10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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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무각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무각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반갑습니다. 무문관 공안으로 보는 자유로운 선의 세계로 여러분과 함께하고 있는 괴산 청운사 여여선원 무각입니다. 이 시간에 탁마할 공안은 격외도리형 공안인 무문관 제9칙 대통지승(大通智勝) 4입니다.

지난 시간에 이어 한 스님이 법화경(法華經)의 화성유품(化城喩品)에 등장하는 부처 중에서 `대통지승불(大通智勝佛)'에 대해 질문하는 내용을 다시 한 번 되새김질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 스님은 대통지승불이 “이미 그렇게 많은 시간을 도량에서 좌선했는데 무엇 때문에 불도를 이룰 수 없었습니까?”라고 물었지요. 화성유품에 보면 대통지승불에게 불법이 현전하지 않았다는 구절이 나오는데 분명히 부처는 부처인데 어찌하여 불도를 이룰 수 없었다니 말입니다. 참 기이한 표현. 이러한 당혹감을 가진 한 스님의 궁금증을 흥양 양 선사는 즉각적으로 해소해 버립니다. “그 까닭은 그가 부처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爲伊不成佛).”라는 이 말씀은 얼핏 들으면 당연한 이야기를 너무 쉽게 하는 것처럼 들립니다.

대통지승불에게 불도가 현전하지 않았던 까닭은 그가 부처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단순한 대답이 되어버릴 겁니다. 그렇지만 여기서 우리가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은 대통지승불은 문자 그대로 부처라는 사실입니다. 어찌 잘못 생각하면 대통지승불이 가짜 부처라는 이야기도 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무문관 주석의 대부분이 흥양 양 선사의 답 부분을 대통지승불이 10겁이라는 좌선수행을 하였지만 부처가 될 수 없었다. 혹은 부처가 되지 않았다는 등으로 번역을 하는데 저는 이렇게 해석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여겨집니다. 그것은 그가 더 이상 부처가 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이지요. 왜냐하면 대통지승불은 이미 부처였기 때문에 이미 부처가 되었는데 굳이 부처가 되기 위해 따로 부처가 되기 위한 수행을 구할 필요는 없었다는 것으로 만약 이를 수행으로 여겼다면 이 또한 집착이니까요.”라고 말입니다.

대통지승지불이 10겁이라는 오랜 세월을 좌선해왔다는 것은 물론 마조선사의 마경대 일화가 연상되기는 합니다. 그러나 이 또한 동적 수행과 정적 수행이라는 이분법적 주제에 집착하게 되어 버린다는 겁니다.

다음으로 우리는 수행의 방법론에서 벗어나 한 발 더 나아가 대통지승지불이 10겁이나 수행했는데 어찌하여 부처가 될 수 없었을까요? 라는 화두에 봉착하게 됩니다. 1겁(劫, kalpa)이란 천녀가 비단 옷을 입고 하늘에서 내려와 아주 부드러운 천으로 100년마다 한 번씩 바위산을 쓸어내리는데 그 바위산이 다 닳아 사라지는 시간을 말하는 것처럼 아주 오랜 기간을 뜻합니다. 10겁이나 되는 오랜 시간 동안 대통지승불은 도량에서 참선을 했던 겁니다. 그렇지만 이제 우리는 이해 할 수가 있습니다. 대통지승지불이 10바라밀을 실천하는 보살도를 수행해 온 것은 부처가 되고자 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행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이미 그는 부처이기 때문에 부처가 될 수도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 참 통쾌하게 느껴지지 않습니까? 바로 이런 점이 모든 것을 초월하는 자유로움과 번뜩이는 기개를 맛볼 수 있는 무문관의 매력이라 여겨집니다.

다음에는 격외도리형 공안인 무문관 제9칙 대통지승(大通智勝) 5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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