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를 줘야지요 나에게도…
기회를 줘야지요 나에게도…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8.08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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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흥 진<청주보호관찰소장>

얼마전 판결전조사차 교도소를 방문했던 보호관찰관으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다. 교도소 조사실에서 보호관찰관의 질문에 대답하던 피고인이 "한 번 사고를 쳤는데, 그때부터 직장에 취업할 수가 없었어요. 도무지 기회를 줘야지요 나에게 결국 술집에서 일하다가 이렇게 들어왔어요"라며 주먹으로 책상을 내려치며 울먹였다는 것이다.

보호관찰관은 피고인의 나이가 불과 스물둘인데 어떻게 술집 주인이냐며 피고인 말처럼 월급 올려준다는 꼬임에 빠져 일명 '바지사장' 노릇을 하다가 진짜 사장대신 구속되었을 거라며 혀를 찼다. 그 말을 듣고 지역사회에서 범죄인의 사회내 처우를 책임지고 있는 보호관찰소장으로서 만감이 교차했다.

보호관찰제도는 선진형사 사법 제도로서 지난 1989년에 우리나라에 도입되었으며, 현재까지 보호관찰공무원(현재 1108명)들이 수많은 보호관찰대상자(현재 약 5만4000명)의 집과 학교, 직장을 방문해 상담 및 지도감독의 방법으로 재범을 방지하고 사회봉사 활동과 수강교육(준법운전, 알코올·마약치료) 등을 통해 범죄인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키고 이들의 건전한 사회복귀를 도왔다. 그런데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범죄인이라는 이유로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범죄인은 무조건 나쁘다'라는 인식과 뿌리깊은 편견 때문에 고통받는 그들을 생각할 때 마음이 아팠다. 한창 꿈으로 가득차 있을 20대 청춘이 교도소에 갇혀 사회를 원망하는 것을 보며 문득 예전에 친구로부터 우연히 들었던 최고급 바둑판 이야기가 생각났다.

상처가 잘 아문 나무의 경우 흉측한 옹이가 아름다운 무늬로 태어나고 표면이 더욱 매끄럽기 때문이다.

아마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정상적인 나무보다 열심히 노력한 결과로 상처난 옹이가 반짝이는 보석으로 탈바꿈한 것이리라. 상처입은 나무는 상처를 잘 아물도록 물과 햇볕, 바람, 양분 등을 얻기 위해 정상적인 나무들보다 몇십배나 힘든 노력을 기울였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비행청소년들은, 아니 범죄인들은 가정과 사회로부터 상처를 입은 나무가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이들이 각종 범죄를 일으켜 수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준 것은 틀림없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들에게 재활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너무나 가혹한 처사가 아닐는지….

상처입은 나무는 적어도 자연으로부터 정상적인 나무들과 동등한 생육 환경에서 자라지 않던가 우리 사회가 범죄인들을 사회에서 제거되어야 할 악이 아니라 상처입은 은행나무처럼 보다 동등한 취업 기회를 준다면 이들은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최고의 일꾼으로 성장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정녕 우리 사회는 자연과 같은 넓고 따뜻한 가슴으로 범죄인들을 하나하나 끌어 안을 수 없는걸까 황혼 무렵 교도소 담장을 넘어 누군가 울부짖는다.

기회를 줘야지요 나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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