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 김현숙 충북교육도서관 사서
  • 승인 2022.03.07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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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 읽기
김현숙 충북교육도서관 사서
김현숙 충북교육도서관 사서

 

노을이 하늘을 물들이는 저녁 무렵 초평저수지에 산책하러 갔다. 잔잔하게 일렁이는 저수지를 멍하니 바라보는데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3월이지만 아직은 차게 느껴지는 바람이다. 바람의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리다 보니 절벽에 가까스로 매달린 듯 자라나는 소나무 한그루가 눈에 보인다.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벌거벗은 나무 사이에 소나무는 푸른 잎을 제법 많이 매단 채, 중력을 거스르는 듯 가로 형태로 자라고 있다. 가파른 절벽에도 독야청청 푸르게 자리 잡은 모습이 신기하기만 했다. 아무 말 없이 제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는 모습이 애처로워 보이기도 한다.

사시사철 푸른 잎을 가진 소나무는 나뭇가지 대부분이 거센 바람에 맞서느라 휘어져 있으며 뿌리가 허옇게 드러나 있다. 세월의 굴곡을 넘어 지금에 이른 모습의 소나무는 우리 부모님을 생각나게 한다. 맨주먹으로 시작한 단칸방 신혼생활부터 자식들 먹여 살리기 위해 연탄공장에서 벌였던 까만 사투, 새벽부터 밤까지 이 마을 저 마을 헤매며 했을 장사. 부모님 인생사를 듣고 있노라면 드라마 수십 편은 나올 에피소드들이 한가득이다. 그 사연들도 어찌나 기구한지 어찌 그 세월을 견뎠을까 가엽다. 긴 시련의 세월이 지나고 남은 건 이곳저곳 아픈 몸뿐이라 서럽다는 듯 눈물 가득 고인 얼굴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짠하다.

도서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는 작가와 인연 있는 여러 나무를 소개한다. 나무와 얽힌 이야기, 나무로부터 배운 지혜, 나무를 키우는 여러 방법 등 우리 주변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나무 이야기가 가득하다. 나무는 늘 사람들 곁에 있다.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한여름에 나무 그늘이 주는 고마움, 나무에서 따 먹는 과일의 달콤함을 잊고 살았나 보다.

내가 어렸을 때 살던 동네에는 1200년이 넘은 커다란 은행나무가 있다. 은행나무의 웅장함에 곁을 지날 때는 조심스레 눈치를 살피며 지나가곤 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그 나무 생각이 났다. 바람이 스쳐도 굳건하게 그 자리에 서 있고, 넓은 그늘을 내어주어 오고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가졌으며, 아름드리나무의 웅장함까지 지닌 나무. 나도 그런 나무처럼 살고 싶다. 나이를 한 살씩 더해갈수록 자연의 푸르름, 넉넉함이 좋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애정으로 바라보지 않았던 나무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봄이 오면 연두 잎사귀가 나무 틈으로 봉긋 솟아 나올 것이다. 봄의 이야기를 들으러 나무 곁으로 살짝 다가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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