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지만 없는 아이들
있지만 없는 아이들
  • 박미영 청주시가족센터장
  • 승인 2022.03.03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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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談
박미영 청주시가족센터장
박미영 청주시가족센터장

 

3월이 왔다. 지난겨울은 영하 10도 전후의 강추위가 기승을 부렸다. 겨울은 빈곤 가정에 가장 혹독한 계절이다. 물론 여름의 폭염도 힘들지만 난방도 하지 못하고 전기장판 하나에 의지해 지내는 많은 이들에게 지난겨울은 혹독한 시간이었을게다. 겨울, 가정방문을 다녀오면 냉랭한 공기에 차디찬 방바닥, 전기장판만 의지해 지내는 분들을 만나고 돌아와 발이 시려 동동거리던 직원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와는 또 다른 이유로 모든 계절이 겨울처럼 무섭고 차가운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바로 미등록 이주 가족이다. 미등록이란 소위 불법체류자들을 의미한다.

미등록 이주 아동은 부모로 인해 불가피하게 행정법을 위반한 상태로 국내에서 어떠한 신분도 갖지 못하고 학습·발달·건강권 등 사회적 기본권 보장의 사각지대에 존재하고 있다. 일부 국내 출생 미등록 이주 아동은 부모의 고의적 출생신고 누락으로 모국에서 출생 사실을 알지 못해 국적도 없이 `있지만 없는 아이'로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아동은 있으나 이 아동의 존재는 온 지구 상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출입국정보시스템상에 따르면 국내 미등록 이주 아동 현황은 총 3405명(19세 이하, 21년 9월 말 기준)이 체류하고 있다고 보고했으나 이는 출입국 기록이 없는 국내출생 아동을 포함하지 않은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실제 국내 미등록 이주 아동의 총 규모는 이보다 많은 약 2만명(21년7월)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UN회원국으로 `U N아동권리협약(1989)'에 따라 모든 아동에 대한 차별 없는 학습·발달·건강권 등의 보장 의무가 있다. 모든 아동에는 미등록 이주 아동도 포함된다. 미등록 이주 아동의 학습권 보장과 인권 사각지대 개선을 위한 노력은 협약 당사자국으로서 기본적 책무를 수행할 의무가 있음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법무부는 지난해 4월 미등록 이주 아동에 대한 한시적 체류자격을 부여하는 `국내출생 불법체류 아동 조건부 구제대책'을 발표했으나 구제대상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범주 여건이 매우 협소해 대다수 아동은 사각지대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러한 법무부의 조치가 미등록 이주 아동을 구제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으며 법무부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지적을 수용해 지난 1월 20일 그 범위를 확대 조치하는 새로운 정책을 제시했다. 물론 이러한 정책 변화는 긍정적이고 환영하지만 3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된다는 점 등 여전히 한계점이 많아 구제 대상에서 누락되는 상당수의 아동이 존재한다.

아동기는 생애 발달적 측면에서 성장 급등기이고 발달의 기초를 형성하는 시기이며 성인의 보호와 사랑 안에서 성장해야 하는 민감하고 중요한 시기이다. 발달적 관점에서도 아동의 생애 초기 경험은 매우 중요함을 설명하고 있다. 인생의 첫 6년 동안은 다른 어떤 시기보다 신체·심리·사회적 측면에서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는 결정적 시기이자 발달의 기초를 형성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장 과정에 있는 아동에게 발달 육성과 사회적 지원이 부재할 때 그 결과는 성인기 문제로 나타날 것이란 예측이 가능하며, 적절한 교육과 돌봄, 정서·의료적 지원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아동을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미래의 사회 문제를 예방하는 길이며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할 수 있도록 사회 환경을 조성하는 투자이다. 모든 아동은 존귀하다.

아동에게 투자하는 사회적 비용은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 투자는 미래 사회의 빛나는 성과로 돌아올 것이다. 모든 아동에게 사회적 기본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적극적 정책이 열린 마음으로 시행돼야 할 것이며 모든 아동에 대한 보호와 사랑은 모든 성인의 책임이자 의무임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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