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빠지는 커피가 있다면
살빠지는 커피가 있다면
  • 김희준 청주 나비솔한의원 대표원장
  • 승인 2022.03.01 1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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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
김희준 청주 나비솔한의원 대표원장
김희준 청주 나비솔한의원 대표원장

 

몇 년 전부터 살 빠지는 커피가 있다고들 하는데, 정말 그런 커피가 있을지 한번 알아보자.

일단 방탄커피부터 시작해보자. 아마 한 번씩은 들어보았을 마시면 살 빠진다는 커피이다. 왜 방탄커피냐? 사람에게 힘을 주고 머리가 팽팽 잘 돌아가게 해주면서 살도 빠지게 해줘서 마치 방탄인 것처럼 몸에 힘을 준다고 해서 방탄커피이다.

방탄커피는 Dave Asprey 라는 미국인이 2009년에 본인 블로그에 처음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고, 2010년부터 미국에서 크게 유행하였다. 만드는 방법은 정말 간단한데, 커피 2컵에 버터 2스푼과 MCT 오일을 2스푼 넣고 섞기만 하면 된다. 한마디로 버터랑 코코넛 오일 들어간 커피이다.

그런데 이 커피를 마시면 정말 살이 빠질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니다. 제대로 된 다이어트 식단을 하면서 이 커피를 마셨을 때 에너지를 보충시켜줘서 도움이야 되겠지만 감량 자체는 애초에 그 다이어트 식단을 제대로 해서 살이 빠진 것이고, 커피가 직접적인 도움이 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커피가 감량에 정말 도움을 주는 경우는 키토제닉. 즉, 저탄고지 다이어트 하는 분들만 해당되고, 결론적으로 방탄커피는 감량에 큰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렇게 방탄커피가 유행하니 커피가 살이 빠지는 것 같은 이미지가 생겼다.

커피 자체만 보면 살이 빠질 수도 있다. 일단 미국 어번 대학의 2017년 리뷰 논문에 따르면 커피를 마시면 식욕이 억제될 수'도' 있다.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니고, 카페인을 더 많이 섭취할수록, 카페인에 민감하게 반응할수록, 그리고 비만도가 심한 사람일수록 식욕 조절 효과가 더 크다고 한다. 그러니까 일정 효과는 있는데 개인차가 클 수 있다는 말이다. 임상적으로 봤을 때는 커피 마시고 식욕 줄어본 적이 없다면 아예 기대를 안 하는 게 맞다. 또 커피를 마시면 신진대사가 좋아지면서 칼로리 소모량이 늘어나고 체중이 줄어드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는데, 이 신진대사 활성화 효과도 생각보다 크지 않다. 역시 큰 기대는 안 하는 게 좋다.

마지막으로 이뇨작용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부기가 빠질 수는 있는데, 이건 함정이다. 소변량 증가와 체중 감소는 별개이다. 지방을 빼야 하는 거지, 수분을 빼서 체중이 내려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결론적으로 커피로 살이 빠지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효과가 있더라도 미미하기 때문이다.

시중에 살이 빠지는 것처럼 광고하는 몇몇 커피 관련 제품들도 있는데, 그린커피빈주정추출물(클로로겐산), L-카르니틴(지방산 대사를 돕는 효소),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자체(탄수화물이 지방으로 합성되는 것을 억제하여 체지방 감소에 도움을 주는 건강기능식품), 난소화성 말토덱스트린(혈당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건강기능식품) 등을 함유하고 있는 제품들이다.

이 모든 제품들 전부 다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뿐이지 살이 막 엄청 빠지고 그런 건 아니다. 결국 식단 조절은 당연히 해야 되고, 광고에 나오는 것처럼 실컷 먹고도 살 안 찌고 그런 게 아니다. 어디까지나 `식품'이지 `약'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오늘은 소위 살 빠지는 커피에 대해서 알아봤다. 정말 많은 제품들이 SNS에서 살이 빠진다고 광고하는데, 커피가 살이 빠지는 게 아니고, 그냥 살 빠지는 데에 도움이 될만한 기존의 건강기능식품 성분을 커피맛으로 만든 것뿐이다.

커피는 그냥 기호식품으로서 맛있는 커피, 좋아하는 커피 따로 사서 마시길 권유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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