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이 무슨 철새도래지인가?
충청이 무슨 철새도래지인가?
  • 석재동 기자
  • 승인 2022.02.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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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석재동 취재팀(부장)
석재동 취재팀(부장)

 

최근 충북에선 뜬금없이 국민의힘 나경원 전 국회의원의 충북지사선거 출마설이 제기됐다.

출마설의 배경은 청주시 상당구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정우택 후보의 후원회장이자 부친 고향이 영동군인 나 전 의원이 최근 충북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는 정황을 확대 해석한 결과다.

나 전 의원은 지난 16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의 청주 거점유세 때 연단에 올라 지지를 호소한 데 이어 지난 23일엔 괴산, 진천, 음성, 충주, 제천을 돌며 릴레이 유세를 벌였다. 중앙당 관계자의 충북유세로선 단연 눈길을 끌었다.

23일 지원유세에 앞서서는 충북도청기자실을 방문해 도내 정치부기자들을 만나 정권교체의 당위성을 설파했다.

이날 간담회가 관심을 모았던 이유는 그의 충북지사선거 출마설이 제기된 상황과 무관치 않았다.

그는 출마설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는 것은 정말 감사하지만 지금은 그런 말을 할 때가 아니며 제가 진지하게 고민할 여유도 없다”며 “아직 거취에 대해 고민한 적이 없고 그럴 시기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제가 충청, 충북 출신으로써 예전 이시종 지사가 예산이나 주요 이슈와 관련해 의원간담회를 했을 때 빠짐없이 참석했고, 원내대표 때도 충북예산을 챙기는 데 소홀함이 없었다”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나 전 의원은 지난 16일 청주 거점유세 당시 충북도청기자실 방문을 요청하기도 했다. 기자들의 윤석열 후보 취재일정 때문에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대통령 후보에게 집중돼야 할 관심을 자신에게 쏠리게 했다는 점에서 충북지사선거 출마설에 불이 붙었다.

물론 지역언론의 과대 해석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지역정가의 반응은 냉담하다. 나 전 의원이 충북지사선거 출마설이 제기되는 상황 자체가 충북도민들로선 불쾌하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충북에도 충분한 충북지사 역량을 가진 여야 후보가 다수 있는 상황에서 전국구 유명 정치인의 충북정가 기웃거리기가 `충북도민을 우습게 보는 처사'라는 해석이다.

충북도민이 나 전 의원에게 바라는 바는 연고를 가진 인사로서 `충북의 깐부'가 돼 달라는 것이지 `충북을 깐보는 정치인'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범위를 넓혀보면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충청권 유세도 마뜩찮다.

이 후보는 부인 김혜경씨 부친의 고향이 충주시 산척면인 점을 들어 `충청의 사위'를 자처하고 있다. 윤 후보는 논산이 고향인 부친이 공주에서 학교를 다닌 전력을 들어 `충청의 아들'을 자임한다.

두 후보 모두 충청권과의 지역연고를 들어 표를 달라고 하는 형국이다.

하지만 구시대적 발상이고, 폐기돼야 마땅한 대선전략이다. 선거철마다 불거진 지난 수십 년 동안 지역감정에는 늘 `망국적'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지금도 선거 때마다 지역감정을 조장하거나, 지역연고를 내세운 선거전략이 난무하긴 하지만, 이 같은 행태를 줄이고 없애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는 국민 모두의 생각이 일치한다.

충북 더 나아가 충청권은 선거철만 되면 지역연고를 들어 한 표를 구걸하거나 충청권 선거판에 기웃거리는 유력 정치인들의 `철새도래지'가 아니다. 지역연고라는 동정표를 구걸할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정책을 들고 오란 말이다. 그리고 충북에도 지역발전을 이끌 정치인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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