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연동형 비례제부터 살려내길
준연동형 비례제부터 살려내길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2.02.27 19: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 연동형·권역별 비례대표제. 중대선거구제. 새삼스러운 말들이 아니다. 그동안 정치개혁을 논할 때마다 등장했던 해법들이다. 제왕적 대통령제와 양당 독식구도의 폐단을 줄일 개선책으로 제기돼온 해묵은 과제들이다. 그러나 추진해야 할 주체들이 기득권을 놓지못해 늘 구두선에 그치고 말았던, 그래서 이제는 허망해진 언어들이다.

지난주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다시 이말을 꺼냈다. 그는 여당 주도로 1년내에 이 과제들을 실현하겠다고 했다. 대통령 4년 중임제와 대선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겠다며 개헌에도 착수히겠다고 호언했다.

그는 “집권당의 독주, 야당의 발목잡기, 소수정당의 한계 등 악순환을 끊고 통합정치의 선순환을 시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당 바깥의 반응은 썰렁하다. 초접전 상태의 대통령 선거를 목전에 둔 절박한 정당에서 느닷없이 튀어나온 개혁 의지가 공감을 얻을 리 없다.

우군으로 끌어들이고 싶은 정의당과 국민의당에 보낸 구차한 추파로 치부될 뿐이다.

개혁을 공언한 시기도 석연찮지만 민주당의 의지와 역량에도 믿음이 가지 않는다. 180석을 받아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은 정치개혁을 주도할 수 있는 호기를 철저하게 낭비했다. 잇속 앞에서는 퇴행도 마다하지 않았다. 자당 출신 수장의 성추문으로 공석이 된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당헌을 바꿔가며 후보를 냈다가 된서리를 맞았다. 다당제를 구현하겠다며 자신들이 주도해 통과시킨 연동형 비례제 법안을 야당과 담합해 무산시켰다. 선거사에 전무후무한 비례대표 전용 위성정당을 만든 기만적 행태에 대해 납득할만한 사과도 없었다. 중도가 민주당에 부여한 `진보'라는 명패를 수거하고 등을 돌린 결정적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송 대표 발언에 대해 “민주당이 그간 정치개혁을 말했지만 뒤집고 배신하는 게 문제”라고 했다. 부정하기 어려운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히고 송 대표의 발언을 일축해 버리기가 쉽지 않다. 속셈은 뻔하지만 추진 동력을 갖춘 집권정당이 정치를 바꾸자며 구체적 방법론과 일정까지 제시했기 때문이다. 송 대표는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개혁적 조처들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재명 후보까지 공약에 동조한 만큼 앞으로 여당을 고무하며 약속 이행을 종용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그래서 민주당에 우선 한가지만 주문하고자 한다. 2년전 산파 역을 맡았다가 유기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부터 다시 살려내자는 얘기다. 이념과 지역에 기반한 두 정당이 의석을 반분하는 우리 국회는 어느 한쪽이 제동을 걸면 의정이 마비돼 휴업에 들어가기 일쑤다. 연동형 비례제는 이 고질적 병폐를 개선할 유일한 해법으로 꼽힌다. 정당득표율에 비례해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1등만 뽑는 소선거구제에서 존립하기 어려운 군소정당이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제도이다. 총선에서 표출된 민심을 의석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고 양당 대립을 중재하고 조정할 수있는 완충지대를 구축할 수 있다.

민주당은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연동제를 추진했다. 검찰개혁의 마침표가 될 공수처 설치법안 강행에 정의당 등 소수정당의 도움이 필요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비례의석을 늘리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하다보니 반쪽짜리 연동제가 돼버렸다. 선거가 시작되자 이 마저도 물거품이 됐다. 민주당은 `위성정당 창당'이라는 꼼수로 제도를 무력화 한 야당을 비난하다 따라하기로 야합을 선택했다.

민주당은 개혁을 말하기 전에 이 부끄러운 과거부터 청산하기 바란디. 위성정당 불허를 단서로 단 준연동제는 2년전 처럼 민주당의 의지만으로도 입법이 가능하다. 지금이라도 법안을 추진하라. 송 대표의 정치개혁 발언이 최소한의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