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두고 이육사의 `광야'로부터
대선을 앞두고 이육사의 `광야'로부터
  • 노동영 강동대 경찰행정과 교수
  • 승인 2022.02.24 17: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동영 변호사의 以法傳心
노동영 강동대 경찰행정과 교수
노동영 강동대 경찰행정과 교수

 

필자는 고교 문학회 활동에 열심이면서 국문학도를 생각했을 정도로 `詩'를 좋아합니다.

김영랑, 정지용 등이 자주 구사한 아름다운 향토 시어(詩語)의 형식을 띤 순수시이면서 실은 참여시 또는 저항시 작품을 좋아합니다.

대선 정국으로 요란한 지금의 현실에서는 장차 차기 대통령이 코로나 사태로 시름이 깊은 민생과 경제를 살피고, 한반도 안보상황과 역사를 제대로 알아 그 기반 위에서 남북관계와 통일정책을 펼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한반도에 복을 몰고 올 초인이 있을지 요즈음 이육사의 `광야'를 수없이 되내며 곱씹어 봅니다.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소리 들렸으랴.”

대한민국의 건국일이 상해임시정부 수립일이냐,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이냐 라는 건국절 논란이 있지만, 헌법 전문(前文)과 같이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대한민국을 있게 한 그 까마득한 날은 고조선일 것입니다.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에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한반도의 역사로 기록되는 선대의 국가들이 전성기를 통해 한반도 바깥의 영역까지 뻗어나갈 때는 물론 몽골의 고려 침입, 청나라와 일본의 조선 침략에도 세종대왕이 완성한 한반도의 영토는 공고히 지켜져 왔습니다.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 제3조가 이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한반도는 끊임없는 국난의 역사가 극복되어 왔고 일제강점 역시 종식될 것이었지만, 우리의 독립과 2차 세계대전의 종전 이전인 1944년 사망한 이육사는 이미 전쟁이 평화로 변화되는 현대사회의 흐름을 읽은 선견지명이 있었던 것입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그토록 바라던 광복이 되었음에도 먹을 것도 막막하고 살기 어려웠던 시대의 상황속에서도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선대의 현인들이 후대의 자립과 자주를 위한 씨앗을 뿌려야 하고 그렇게 할 것이라는 굳은 의지를 봅니다.

그 덕분에 씨앗들을 잘 키워내 풍요로운 결실을 누리는 것이 지금입니다.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曠野)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여기서의 천고(千古)를 시인이 실제로 아주 먼 훗날로 의도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득하고 텅 빈 너른 들판은 앞으로 20여년이 더 지나 불과 한 세기 내에 더욱 천지개벽과 같은 세상으로 변해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유수와 같은 시간의 흐름 속에 무수한 변화와 혼돈으로부터 사람이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되는 휴머니즘을 잘 지켜내고 상식과 질서로 돌릴 수 있는 초인이 있을까요?

대통령제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의 역할은 지대합니다. 선진국과 자유민주주의의 수준이 더욱 공고할수록 제도의 균형과 권력의 분산으로 대통령 개인의 역량은 덜 결정적일 수도 있지만, 정치선진국이라 할 수 없고 늘 긴장을 안고 있는 한반도 현실에서 초인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애초에 초인이란 불가능한 것이지만, 그래도 3월 9일에 국민을 위해 충성할 대통령을 목놓아 부릅니다.

/변호사·강동대 경찰행정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