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백년지대계 교육
흔들리는 백년지대계 교육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2.02.23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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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선거는 사람을 들뜨게 한다.

출마자들이 쏟아내는 장밋빛 공약에 설레기도 한다.

이행 가능성을 떠나 공약만으로도 지금보다는 나은 세상을, 나는 아니더라도 자식 세대엔 짐을 떠안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물론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선거가 아닌 정치인을 위한, 정치인에 의한, 정치인의 행사로 전락했지만 희망고문은 지속된다.

기대감이 크면 실망도 큰 법. 선거만으로 팍팍한 삶에 주름살이 펴지고 얇아진 지갑이 두둑해질 리는 만무하지 않은가.

대선 후보들은 교육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100만 혁신 미래인재양성, 대학입시공정성 강화 및 대입제도 미래지향적 개편 등 학부모에게 8가지를 약속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초중고교 공교육 정상화, 대학교육 정상화, 평생교육 체제 강화 등을 발표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고등학교만 나와도 괜찮은 사회 조성, 학력·학벌 차별금지법 제정, 서울대 수준의 지방국립대 육성 등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수시 전면폐지·정시 전면전환, 로스쿨+고시제도 병행, 현대판 음서제도 타파 등을 각각 공약으로 내세웠다.

대선 후보들이 공약으로 내세운 교육공약은 새로울 것이 없다.

어찌보면 알면서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통용됐던 것이 아닌가.

대선 후보들이 기회의 공정을 통해 반칙과 특권, 부모찬스가 작동하지 못하는 사회, 고등학교만 나와도 괜찮은 사회, 부모의 소득과 재산에 따라 미래가 달라지지 않는 사회는 상식이 통하는 사회라면 당연한 것이다.

이상한 일이다. 그 당연함이 공약으로 등장했다.

술자리에서 세 사람만 모여도 “학교 어디 나왔느냐?” “부모는 뭐 하시냐” “어디 사느냐”질문을 한다. 상대를 평가하기 위한 잣대를 들이대는 세 가지 질문에 학연, 지연, 혈연 모두 파악한다.

청소년·교육·인권 단체 연합체인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가 지난 1일부터 20일까지 18세 이하 청소년 7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청소년 시민이 요구하는 청소년 정책'조사 결과 청소년들이 가장 희망하는 정책 1위로 입시경쟁 폐지 및 대학평준화(55.4%)를 꼽았다.

이어 차별금지법 제정(53.3%), 학생인권법 제정(46.3%), 청소년노동인권 보장(37.6%), 학습시간 줄이기(36.9%)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모상현 선임연구위원이 발표한`청소년 정치 참여 실태 및 활성화 방안'자료를 보면 중·고등학생 28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투표권이 주어진다면 78.2%가 대통령 선거에 투표를 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청소년의 정치참여 저해 요인 1위가 입시 위주의 교육제도(47.2%)라는 점이다.

`지상 목표 일류대학'이란 명제 아래 우리나라 학생들은 꿈이나 재능과 상관없이 대학 입시를 향해 달려간다.

교실에선 친구보다 시험점수 1점이라도 더 받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 친구를 사귀려면 운동장이나 놀이터가 아닌 학원에 다녀야 한다.

교실은 꿈을 키우는 공간이 아니라 경쟁을 합리화하는 공적 장소로 변했다.

2019년 미국 대학 입학 자격시험인 SAT(Scholastic Aptitude Test)를 관장하는 비영리기구 대학위원회가 응시자의 사회·경제적 배경을 고려하는 `역경점수(Adversity Score)'를 평가 수단으로 도입하겠다고 발표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시험 점수로는 반영되지 않는 학생의 어려움, 곤경 등을 점수의 요소로 반영한 것이다.

고졸 성공 신화도, 개천에서 용도 나오기 어려운 세상.

대선 후보들이 내걸고 있는 교육공약이 뜬구름 잡는 소리로 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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