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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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영자 수필가
  • 승인 2022.02.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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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박영자 수필가
박영자 수필가

 

지난 2월 20일 저녁,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참석한 가운데 제24회 동계올림픽 폐막식이 열렸다. 화려한 폐막식이 막을 내리는 가운데 성화의 불꽃이 서서히 사라지고. 머리 위에서는 올림픽 오륜과 함께 빛의 공연이 진행되었다.

폐막식을 위해 선수들이 입장 할 때는 `중국 전통 매듭'을 형상화한 거대한 가상현실이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함께한다는 의미의 올림픽 정신을 구현한 것이다. 지난 2주 동안 우리가 목격한 선수들의 놀라운 기술과 용기는 영상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다시 살아났다. 이를 통해 우리가 서로 많이 다를지라도, 서로를 믿고 함께 화합할 때 더 강해진다는 사실을 실감 했다.

우리 선수단은 금메달 2개, 은메달 5개, 동메달 2개 등 총 9개의 메달로 종합 14위에 올랐다. 명불허전이라고 효자 종목 쇼트트랙에서 총 6개의 메달을 거머쥐며 쇼트트랙 강국의 면모를 자랑할 수 있었다.

최민정은 여자 1500m에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으며, 황대헌도 남자 1500m에서 자신의 첫 올림픽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은 3000m 계주에서 은메달을 따며, 통산 7번째 올림픽 계주 메달을 획득했다. 남자 대표팀도 밴쿠버 2010 은메달 이후 5000m 계주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며, 12년 만에 시상대에 올랐다.

김민석은 2018년 평창올림픽 1500m에서 아시아 최초로 메달을 거머쥔 후, 이번에 2연속 동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차민규도 500m에서 은메달 방어전에 성공했다.

젊은 정재원과 노익장을 과시한 이승훈이 매스스타트에서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차지하며,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사상 최초로 동반 올림픽 메달을 거머쥐었다. 이승훈은 이번 베이징 대회에서 개인 통산 6번째 메달을 수확하며 한국 선수 최다 메달 기록과 동률을 이뤘다.

`피겨여왕'김연아의 후예 유영, 김예림, 이시형은 베이징에서 꿈에 그리던 데뷔전을 치렀다. 2018 평창 데뷔전에 이어 두 번째 올림픽 무대를 밟은 차준환은 남자 싱글에서 최종 5위를 기록하며,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 선수로서 올림픽 최고 성적을 달성했다.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 `팀 킴'은 2018년 평창에서 은메달을 획득했지만 이번에는 4강 진출에 실패하여 아쉽다. 2026년 이탈리아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을 기약할 수밖에 없다.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본 것은 여자쇼트트랙 3000m 계주다. 손에 땀을 쥐게 하던 그 경기는 화합하지 않으면 절대 이길 수 없는 경기였다. 서로 바톤 터치를 하는 장면에서는 숨이 멎을 것만 같은 긴장감을 감출 수 없었다. 은메달이지만 금메달 못지않은 값진 성과였다.

피겨를 보다가 우리 김연아의 연기가 생각나서 컴을 열고 저장된 영상을 찾아보며 감동적인 무대, 아름답고 우아한 몸짓, 사람이 이렇게나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에 그저 놀랍고 감격스럽다. 참말 자랑스러운 대한의 딸이라는 생각에 가슴 뭉클하다. 사람으로서 도저히 해낼 수 없는 기량을 보였는데도 러시아는 연아의 금메달을 빼앗아 자기들이 차지하는 비겁함을 보였다. 그러더니 이제 전쟁을 일으키겠다고 으름장이다.

우리의 청소년들은 세계 각지로 진출하여 나라를 빛내고 있다. 신통방통한 방탄 소년단은 어떤가. 조그만 나라의 청소년들이 세계를 뒤흔들고 지구촌 사람들을 열광시킨다.

청소년뿐인가, 배우 윤여정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으로 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고, 오영수는 오징어 게임으로 골든글러브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박찬욱 영화감독은 수준 높은 좋은 영화를 만들어 주목받고 있다. 어찌 다 열거하겠는가.

이렇듯 국민들은 열심히 뛰고 세계에서 명성을 날리는데 정치권의 추태는 너무도 부끄러운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쌍욕이나 걸러 붓고 조석변이 하는 대통령 후보, 또 무슨 실수를 저지를까 봐 가슴이 조마조마한 후보가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행태는 실망을 넘어 혐오스럽기까지 하다. 무엇보다도 나라의 장래가 암담할 뿐이다. 아무리 재주가 하늘을 찌른다 한들 화합하지 않으면 그 능력을 인정받기 어렵다.

남극의 펭귄들은 극심한 추위를 허들링으로 이겨낸다. 서로 몸을 밀착시키고 자리를 바꿔가며 혹한을 이겨낸다. 이 어려운 시기를 무사히 건너갈 수 있는 명약은 화합뿐이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교훈이 우리에게 명약임을 다시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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