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아파트단지에 알코올 전문 정신병원이 웬말”
“대규모 아파트단지에 알코올 전문 정신병원이 웬말”
  • 이주현 기자
  • 승인 2022.02.21 2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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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방서지구 건립 현장 인근 곳곳 반대 현수막
1만2000여가구 아파트 - 유치원·학교·학원 밀집
충북도에 주민감사 청구 - 청주시 상대 소송 검토
청주시 상당구 방서지구 내 알코올 전문 정신병원 공사장 인근에 주민들이 게시한 병원건립 반대 현수막. /이주현기자
청주시 상당구 방서지구 내 알코올 전문 정신병원 공사장 인근에 주민들이 게시한 병원건립 반대 현수막. /이주현기자

 

21일 오후 2시 40분쯤 청주시 상당구 방서지구 내 알코올 전문 정신병원 신축 공사장.

지난해 9월 지상 6층, 연면적 3893㎡ 규모로 건축허가를 받아 11월 공사를 시작했다. 이곳으로부터 한 블록 떨어진 곳에는 이 병원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렸다.

“최소한으로 양심을 갖고 공무원 직무를 수행하는 건 맞나”, “아이들의 안전을 외면하는 청주시의 아동친화 도시는 끝났다, 졸속행정 OUT” 등 건축허가를 내준 청주시를 비난하는 직설적인 문구가 대부분이다.

바로 옆 카페 앞에는 작은 인형들이 무더기로 쌓여 있었다.

인형들 사이로 병원 설립 반대 등 주민들이 남긴 쪽지가 꽂혀 있다. 쪽지에 적힌 공통된 내용은 아이들의 안전 걱정이다.

방서지구는 1만 2000여 세대 아파트가 들어선 신흥 주거지다. 주변 상권에는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다니는 학원이 밀집해 있다.

하지만 신흥 주거지에 아이, 학생들이 많은 이곳에 지난 1월 알코올 전문 정신병원이 들어선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주민 임모씨(58)는 “이 부근 상권은 어린이병원, 키즈카페 등 아이들 위주의 상권으로 성장 중인데, 이와 상반된 시설인 알코올 전문 정신병원이 들어선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어린 자녀를 둔 주민들마다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아이 셋을 둔 권모씨(34·여)도 “이곳 주변에 유흥가가 없어서 아이들 키우기 좋은 동네라 생각해 2018년에 입주해서 잘 살고 있었는데, 올해 1월 아파트 바로 앞에 알코올 전문 정신병원이 들어선다는 말을 듣고 불안해졌다”며 “알코올 환자 특성상 병원 측이 관리를 잘 한다고 해도 100%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는 이 병원 설립을 규제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충북도교육청은 지난 11일 청원광장에 올라온 정신병원 건립에 대한 입장을 묻는 민원에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한 보호구역에 해당하지 않는 데다, 정신병원 업종은 금지 시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청주시도 지난달 “해당 정신병원은 격리병원이 아니어서 일반 병원과 동일한 건축법의 적용을 받고, 준주거용지의 의료시설로 건축허가를 받았다”며 “인근 단재초등학교와도 270m 이상 떨어져 있어 교육환경 보호구역 밖”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주민들은 가칭 방서지구 알코올 전문병원 설립 반대대책위원회까지 구성해 반발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지난 17일엔 충북도에는 주민감사를 청구했다.

구자철 위원장은 “청주시는 아이들과 주민들의 권리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고 이런 공익침해가 현저함에 따라 주민감사를 청구했다”며 “주민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소송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주민들은 십시일반 소송비용을 모금하고 있다.

/이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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