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상정리 고인돌 속 고대신앙의 흔적
청주 상정리 고인돌 속 고대신앙의 흔적
  • 이미란 충북도문화재硏 유물관리팀장
  • 승인 2022.02.20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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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시선-땅과 사람들
이미란 충북도문화재硏 유물관리팀장
이미란 충북도문화재硏 유물관리팀장

 

최근 청주 오송읍 지표조사를 하며 마을 입구에 방치된 고인돌을 확인하였다. 지도에 표기된 지석묘는 마을에 들어서도 어디에 있는지 금방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밭과 도로 경계에서 네모난 형태의 석재로 있었다. “지석묘가 맞는 건가? 진짜 그냥 돌 같다”고 할 만큼 기대도 하지 않은 지석묘 상석에는 여러 개의 성혈(종교의식의 흔적)이 확인되었고 측면에는 채석 흔적이 뚜렷하게 남아있었다.

충북지역은 청동기시대 집 자리 분포는 높은데 반해 분묘 유적은 드물다. 특히 다른 지역에 비해 석재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지형여건을 가지고 있음에도 청동기시대 대표적인 분묘 형태인 고인돌이 조사된 사례는 매우 드물다.

이러한 청동기시대 분묘 유적을 2020년 청주 월오동에서 대한문화재연구원에 의해 조사되었다. 조사단은 청동기시대 집단묘가 산사태에 의해 묻힌 것을 확인하고, 이 유적을 한국의 폼페이 유적이란 주제로 현장설명회를 개최한 바 있다.

이 유적에는 북방식·남방식 등 다양한 형태의 고인돌 형태가 확인돼 오랜 시간에 걸쳐 유적이 조성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한반도의 청동기시대 고인돌문화가 청주지역에서도 그대로 공유된 것을 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청동기시대 대규모 집단묘에서도 오송 상정리 지석묘에서 보이는 성혈이나 선각을 새긴 흔적은 확인되지 않았다.

필자는 상정리 고인돌에서 보이는 성혈 및 암각화가 확인된 나주 운곡동 유적 조사에 참여한 바 있다. 운곡동 유적은 채석장에서 북쪽으로 약 40m 떨어진 곳에 고인돌군이 위치한다. 이처럼 채석장과 고인돌군이 함께 확인되는 경우는 매우 희귀한 사례로 고인돌 상석의 채취와 이동로를 밝힐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유적 가운데 고인돌의 상석을 채취한 것으로 추정되는 채석장에는 암반의 편평한 면에 수직선, 수평선, 대각선을 서로 조합해 새겨 넣은 암각화가 다수 확인되었다. 나주 운곡동 유적에서 확인된 암각화는 시베리아·중앙아시아·몽골 등 청동기시대의 암각화가 주로 동물이나 집 사람들 수렵 모습 등을 새긴 것과 달리, 사다리모양의 선문이나 사각형 안에 `×'자 형태가 선각된 형태로 기존 자료와 다른 새로운 형태의 문양장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기하학적인 문양을 주로 사람들이 살았던 집이나 울타리, 방어시설 등으로 해석하였고, 사다리 문양은 종교적인 의미로 해석하기도 한다. 현재 나주 운곡동유적의 대부분이 산업단지로 조성되었으나 지석묘군과 암각화 등은 그 가치로 인해 공원이 조성되었다.

청주 상정리 고인돌은 나주처럼 대규모의 분묘군과 채석장의 흔적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상석 측면에 채석 흔적이 뚜렷하게 남아있어 모암에서 떼어내 이동한 것을 알 수 있다. 나주 운곡동 유적을 조사할 당시에도 조사단의 의문점은 지석묘 상석을 어디에서 가져왔는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나주는 대부분 지형이 구릉지로 암석으로 이루어진 지형이 거의 확인되지 않은 황토밭이었기 때문이다. 의문은 조사지역 주변에서 조그마한 동산에서 비죽하게 튀어나온 암반이 확인되면서 풀리게 되었다. 암반을 확인하고 암반 사이에 쌓인 흙과 나무를 전부 제거하자 흙속에 묻혀 있던 수천 년 전의 흔적이 우리 앞에 드러난 것이다.

청주 상정리 고인돌은 나주 운곡동 유적보다 주변에서 암반을 채취할 수 있는 채석장이 입지할 수 있는 지형여건을 갖추고 있다. 청주 월오동 유적과 같이 하천에 인접한 산지 사면에 입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주변에서 청동기시대의 집단묘와 채석장 등이 조사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생각된다.

이처럼 청주지역에는 상정리 고인돌처럼 알려지지 않은 비지정 문화재들이 많이 남아있다. 알려지지 않은 많은 문화재를 도민들과 쉽게 공유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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