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때릴 권한은 없다
누구도 때릴 권한은 없다
  • 하성진 기자
  • 승인 2022.02.20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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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하성진 부장(취재팀)
하성진 부장(취재팀)

 

2022년 임인년(壬寅年)이 들어선 지 두 달이 다 돼가고 있다. 임인년은 `호랑이'의 해다. 특히 호랑이 중에서도 흑호(黑虎), 검은 호랑이에 해당한다. 호랑이는 우리나라 건국신화인 단군왕검에서부터 시작했다. 세시풍속, 민담, 민화, 속담 등 우리 민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친숙한 동물이다. 호랑이의 용맹스러운 기백으로 코로나19 펜데믹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기대가 크다.

이런 기대감과 맞춰 세계 각국이 오미크론 변이에 따라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일일 확진자가 정점을 찍지 않은 터라 방역완화로 돌아서기엔 섣부르다는 신중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 국민 모두가 2년 넘게 코로나19에 지쳐 있다. 당장 생계유지를 걱정해야 하는 자영업자의 슬픔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아이를 둔 부모들의 고충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새해 들어 전국 각지에서 터지는 아동학대 사건. 코로나19로 갇힌 생활 속에 답답함이 더한 터에 아동학대 사건은 부모들의 질식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언론을 통해 수면 위로 떠오르는 사건만 보면 소름이 돋을 만큼 끔찍하다. 의사표시도 할 수 없는 영유아를 대상으로 자행된 폭력은 패륜범죄 그 자체다.

전남 순천의 한 가정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아동학대 소식을 접했다. 두 아이를 둔 부모로서 한동안 넋이 나갔다. 이 어린이집은 미열(37.2도) 증세를 보인다는 이유로 생후 19개월 여자아이를 영하의 날씨에 베란다에 격리했다고 한다. 55분과 20여분, 두 차례에 걸친 학대였다. 당시 순천의 최저 기온은 영하 0.7도였다.

경남 양산의 한 어린이집에서는 13개월 여자 아이가 치아 3개가 부러지는 등 손상을 입었다. 이 여자 아이는 결국 다음날 손상된 치아 일부를 병원에서 뽑아야 했다.

담임교사는 처음에 아이 부모에게 “아이가 혼자 놀다 넘어져 다쳤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부모와 신고를 받은 경찰이 어린이집 CCTV를 확인했더니 보육교사가 자신이 맡은 아이들을 발로 밀었고 넘어진 아이의 입이 바닥과 부딪쳐 치아가 손상됐다고 한다.

아이를 둔 부모라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사건이다. 모두 같은 마음이기에 국민적 공분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런 사건이 비단 다른 지역의 일만은 아니다.

충북에서도 2017년 352건, 2018년 436건, 2019년 508건의 아동학대가 신고됐다. 매년 오름세를 보이는 데다 3년 만에 무려 44% 증가했다. 끔찍한 이번 사건들을 계기로 아동 학대 실태와 본질적 해결 방안이 다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자녀체벌 금지를 담은 민법 개정안이 지난해 1월 8일 국회를 통과했다. 민법 개정을 통해 자녀에 대한 부모의 체벌을 법적으로 명확히 금지했다. 방지 대책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여태껏 그랬듯 땜질식 처방은 더는 안 된다.

부모와 가정, 학교 등 사회 구성원의 인식 변화와 사회적 변화가 필요하다.

극단적인 상황에 몰린 부모가 어린 자녀를 숨지게 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적잖다. 이런 비극은 대부분 가족 동반 자살이라는 표현으로 단순화된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범죄다.

인지 능력이 부족한 미성년 자녀와 함께 세상을 등지는 `살인'이다. 사회 전체의 인식 변화가 시급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스페인 교육자 프란시스코 페레(1859~1909)는 평전 제목을 통해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고 했다.

인격체라면 모두 동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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