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 같은 유흥주점 … 심야 은밀한 술판
미로 같은 유흥주점 … 심야 은밀한 술판
  • 이주현 기자
  • 승인 2022.02.17 1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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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 방역수칙 단속현장을 가다
충북경찰청 단속반 업소 급습에 때아닌 숨바꼭질
술병·안주 탁자위 그대로 … 곳곳에 비밀문 설치도
업주·접객원 등 5명 현행범 체포 - 5명 형사 입건
경찰의 현장 단속에 적발된 러시아 구적의 여성 접객원들. /사진=이주현기자
경찰의 현장 단속에 적발된 러시아 국적의 여성 접객원들. /사진=이주현기자
벽으로 보이는 곳을 부수니 옥상으로 연결된 비밀통로가 나왔다. /사진=이주현기자
벽으로 보이는 곳을 부수니 옥상으로 연결된 비밀통로가 나왔다. /사진=이주현기자

“경찰입니다. 영업하고 있는 거 아니까 문 여세요. 불응하시면 강제로 문 엽니다.”

지난 16일 오후 10시 40분쯤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의 한 유흥주점. 유리로 된 출입문을 두고 경찰과 업주 간 신경전이 벌어졌다.

수차례 경찰의 강제 개방 경고에도 업주는 말이 없었다. 그러나 경찰은 이미 이 업소가 예약된 손님만 몰래 받아 심야영업을 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상태였다.

한 3분쯤 지났을까. 칠흑같이 어두웠던 업소에 불이 켜지더니 유리문이 열렸다. 충북경찰청 단속반 10여 명이 업소에 들이닥치자 때아닌 숨바꼭질이 시작됐다.

“아가씨들 어디 있어요?”, “무슨 아가씨요? 우린 그런 거 없는데”, “아이 진짜. 다 알고 왔다니까.”

뿌연 담배 연기로 가득했던 한 방에는 미처 치우지 못한 술병과 안주가 탁자 위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 경찰이 업소 곳곳을 수색했다.

업소 내부는 미로였다. 곳곳에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문이 설치돼 있었다.

“여기로 숨은 거 같은데? 여기 부숴봐”

벽으로 보이는 곳을 부수니, 옥상으로 연결된 비밀통로가 나타났다. 옥상에서는 벽 쪽에 웅크린 채 있던 젊은 러시아 국적의 여성 두 명이 발견됐다.

몸을 숨기기에 급급한 나머지 모두 맨발이었다.

“빨리 나오세요. 추워요. 맨발이네…” 두 여성이 울음을 터트렸다.

같은 시각, 실내에서 한 경찰이 소리를 쳤다.

“여기 있는 거 같아. 맞네, 여기 있네. 나오세요. 안 나오시면 문 개방합니다.”

유흥업소 업주가 경찰의 단속을 막고 나섰다.

“적당히 좀 합시다. 뭐 그리 큰 잘못 저질렀다고. 먹고살려니 어쩔 수 없는 거 아닙니까.”

“사장님. 이거 방역 지침 위반인 거 잘 아시잖아요. 명백한 불법이에요”, “아 진짜…”

그러는 사이 실내에서 또 다른 러시아 국적의 여성 두 명이 발견됐다.

경찰은 이날 10여 분만에 남성 손님과 외국인 여성 접객원 등 9명을 적발했다. 이들을 한데 모아놓고 감염병예방법 위반 사실을 고지했다.

업주는 계속해서 선처를 호소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경찰은 도주를 시도한 접객원 4명과 업주를 현행범으로 체포했고, 나머지 5명은 감염병 예방·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형사 입건했다.

오윤성 충북경찰청 생활질서계장은 “적발된 업소는 관할 자치단체에 위반내용을 통보해 행정처분 받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충북경찰청은 지난해 유흥업소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170건의 단속을 벌여 총 672명을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의 혐의로 적발했다.

/이주현기자
jh201302@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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