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짓지 않게
눈물짓지 않게
  • 신미선 수필가
  • 승인 2022.02.15 19: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生의 한가운데
신미선 수필가
신미선 수필가

 

네다섯 살 즈음으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의자에 앉아 몸부림을 치고 있다. 아이의 엄마로 보이는 이는 의자 뒤에 서서 아이를 붙들고 진정시키느라 애를 먹고, 앞에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방호복으로 무장한 보건소 직원인듯한 사람이 아이의 코에 긴 면봉을 넣느라 분주하다. 아이의 저항은 거의 울부짖음에 가깝고 근처에서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또 다른 아이 몇은 지레 겁을 먹고 울어버린다.

내 차례가 왔다. 신속항원 접수를 하고 검사를 하려는데 순간 멈칫멈칫 망설였다. 코로나가 발생한 이래 총 세 번의 검사를 해 보았고 이번이 네 번째인데 할 때마다 좀체 익숙해 지지가 않는다. 그래도 뒤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긴 그림자가 끝도 없으니 용기를 내 콧속 깊이 면봉을 밀어 넣었다. 순간 눈물이 찔끔 났다. 콧속이 욱신거리고 입에서는 작은 비명도 흘러나왔다. 어느새 해를 건너 삼 년 차에 접어든 코로나가 오늘 이렇게 어른인 나를 울리고 사랑스러운 우리 아이들도 울려버렸다.

지난주 근무하는 직장에 확진자가 발생했다. 올망졸망 유아들이 생활하는 유치원에서 발생한 코로나는 순식간에 동분서주하게 만들었다. 아이들은 물론 모든 교직원이 가까운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았다. 확진을 받은 아이가 다니는 동네 학원에도 비상이 걸리고 직장을 다니는 부모님들은 당장 아이를 어찌해야 할까 하며 발등에 불이라도 떨어진 듯 갈팡질팡하며 확진자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확진을 받은 아이의 부모는 온 세상의 죄인인 양 전화를 걸어 상황을 알렸다. 수화기 너머 진심으로 모든 이들에게 미안하다며 한숨을 내쉬는데 들려오는 청각만으로 그 마음이 시각적으로 선명하게 보였다. 시내에서 작은 제과점을 운영하며 늘 웃는 얼굴로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언제나 밝은 긍정의 에너지가 가득했던 분이셨다. 그렇게 씩씩하고 좋은 인상의 학부모가 순식간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원망의 대상처럼 애 둘린 것이 더없이 안쓰러웠다.

다행히 확진자 발생에 따른 일 처리는 주말 내내 신속하게 정리가 되어 월요일 아침 평소와 다름 없이 유치원 문을 열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는 몇 가지 생활의 제약이 추가되었다. 유치원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필수로 하는 열 체크와 손 소독은 물론 이제부터는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놀 수도, 이야기할 수도 없다. 초등학교처럼 일일이 개별 책상을 놓고 서로 뚝 떨어져 앉아 놀아야 한다.

교사들도 마찬가지다. 일정 거리 두기로 아이들을 대해야 하고 손을 잡거나 안아줄 수도 없다. 온종일 마스크로 입을 가리니 한창 말을 배우고 상호작용을 해야 할 아이들에게 이만저만한 손해가 아니다. 온기를 전하고 싶어도 전할 수 없는 이 상황들을 아이들은 어찌 받아들일까. 그잖아도 아이들은 늘 `왜요?'를 달고 사는데 아마도 한동안 이 녀석들은 그 질문을 놓지 않을 것이다.

연일 확진자 수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있다. 주위에 심심치 않게 나타나는 확진자들. 그들을 대함에 전후 사정을 무시한 채 무분별하게 비난하고 분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차분하게 받아들이고 담담하게 행동하는 어른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가장 바라는 건 이제 더는 아이들이 코로나 검사를 받느라 눈물짓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긴 겨울이 물러나고 따뜻한 봄이 오면 우리 아이들이 서로 함께 어울려 마음껏 놀았으면 좋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