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의 알고리즘을 건드리다
고독의 알고리즘을 건드리다
  • 전영순 문학평론가
  • 승인 2022.02.15 1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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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전영순 문학평론가
전영순 문학평론가

 

상남자들이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 문을 두드린다. 신분세탁과 변신에도 아주 능수능란하다. 의사였다가, 별 세 개 단 장군이었다가, 파일럿이었다가, 서양인이었다가, 동양인이었다가 한다. 당신이 우울하거나 외로울 때, SNS에서 누가 친구 신청하면 당신은 어떻게 하시나요? SNS가 활성화되기 전, 어떤 남성이 폭신한 말로 친구 신청할 때, 내 가슴은 콩닥거렸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모르는 사람인데 ‘이렇게 멋진 남자가 왜 내게 대시하지’하며 갸우뚱하며 거절했다. 분명히 무반응과 거절했는데도 불구하고 프로필을 바꿔가며 여섯 달 동안이나 매일 달콤한 메시지로 문안드리다가 떠난 사람도 있다. 나뿐만 아니라 나와 똑같은 일로 호소하는 여성들이 많다. “제발 신분 없이 찾아와 흔적을 남기고 가는 색남색녀들 사절입니다.”라는 벽보를 사이트 대문에 걸어놓은 사람도 있다.

오늘은 한 남자의 메시지를 두고 장난을 좀 쳐보려고 한다. 글감도 없는 터에 아차, 너 오늘 잘 만났다.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내가 올린 글에 “행복하고 축복받은 일요일! 아름다운 날을 축복합니다. 사랑하는 주님의 가장 감미로운 OO. 안녕하세요?”라고 댓글을 남겼다. 보통 카카오스토리나 페이스북에 친구 신청할 때 보면 “안녕하세요? 멋진 아가씨! 나는 사랑스런 당신의 프로필에 매료되어 당신과 멋진 친구가 되고 싶습니다. 친구신청 수락 부탁드립니다.”로 친구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메시지는 백 프로 외국인이다.

예전과 달리 오늘은 메시지 주인공의 프로필이 고향 사람이라 무시할까 하다가 ‘아멘~^^’하고 댓글을 남겼다. 집안일로 2시간 후에 들어가 확인하니 “당신은 교회에 있습니까?”, “그것은 교회의 날”나는 다음 말을 기다리며 “천국에 있습니다~ㅎㅎ”하고 보냈더니 “하늘”, “너는 오늘 어디 가니”, “친구에 저를 추가하십시오”라는 댓글에 “프로필에 고향 분이라 댓글을 남겼는데 외국에 계신 분이군요? 거짓말하시면 곤란합니다”라고 보냈더니 “저는 우주 비행사로, 현재 우주 선박에 있습니다”라는 말에 나는 “천국에서 내려다보니 레이더망에 잡히지 않네요. 투명하게 위치를 밝혀라 오바~~”라고 보냈다. 돌아오는 말 “행복의 한 문이 닫히면 닫은 문이 열리지만, 종종 우리는 닫힌 문을 너무 오래 쳐다보며 우리를 위해 열린 문을 볼 수 없습니다.”로 시시하게 끝났다.

메시지를 주고받는 사이 또 다른 남성이 친구신청을 한다. 김OO, 깔끔한 해군 장교복에 계급장이 주렁주렁 달린 훈남이다. 한겨레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에서 공부했음이라고 프로필에 적혀 있다. 이 사람의 정보를 더 들어가 보니 2021년 12월 5일, 한국 뉴스 5개 올린 것 외에는 없다. 동양계 여러 사람을 해킹해 짜깁기 해서 올린 것 같다.

SNS에 친구신청이 오면 맨 먼저 나는 내가 아는 사람인지? 만약 모르는 사람이면 프로필을 보며 어디서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올려놓은 내용에 댓글을 쓴 사람들을 확인한 후 수락이나 거절을 한다. 댓글을 다는 사람들은 보통 당사자의 지인이나 관련 분야의 사람들이기 때문에 확인하기 좋다.

사이트를 통해 느낀 것은 여자들은 대체로 직업이나 학벌을 보고, 남자들은 관능미를 본다는 것이다. 내 사이트에 쮸쮸빵빵한 젊은 아가씨들이 가끔 들어와 야한 포즈로 좋아요나 댓글을 남겨놓으면 남자들은 ‘이뻐요. 섹시해요 등’ 댓글 전쟁으로 야단법석이다. 그런 여자들의 프로필은 관능미 넘치는 사진 외에는 아무 정보가 없다. 남자들은 의사나, 별을 단 군인, 유명한 대학으로 어필하면 여자들은 대체로 친구를 수락한다. 직장이나 직위, 권력을 보는 여자들, 뇌와 가슴보다는 젊고 관능미에 충실한 남자들은 고독이란 현대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심리를 마치 의사인 양 고독 알고리즘으로 치료하려고 열을 올린다. 언니, 오빠들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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