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예술 지평 넓혀야
지역문화예술 지평 넓혀야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2.02.14 1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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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지난주 청주 문화예술계를 대표하는 청주예총과 청주민예총의 신임 회장이 선출됐다. 청주예총은 경선으로 문길곤씨가, 청주민예총은 추대로 김옥희씨가 회장에 선출돼 회원들의 대변인 역할과 권한을 부여받았다.

두 신임 회장은 공교롭게도 청주지역 연극계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현장 예술인이다. 극단을 운영하며 대표직을 맡고 있다는 공통점 외에도, 1990년 이후 전국 연극무대에 충북을 알리는 데 큰 힘을 보탠 인물들이기도 하다.

이처럼 전통 있는 단체를 책임질 신임 회장들은 오랜 예술 경륜이 돋보인다. 현장을 지킨 예술인이기에 급변하는 팬데믹 시대에 예술이, 예술인들이 어디로 가야 할지 중심을 잡아주는 역량으로 예술계를 이끌어주길 기대하는 마음도 크다.

이런 기대치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누구도 예단할 수 없는 변화의 기류 때문이다. 비대면 사회로 2년여를 보내면서 지구촌 일상은 예상보다 훨씬 많이 달라졌다. 예술이 유통되는 과정도 급변했다. 비대면으로의 예술행위를 상상조차 못했다가 강제된 코로나19가 디지털이라는 플랫폼을 타고 신세계로 나아가면서 대면 예술은 외면당할 처지에 놓여 있다. 이는 일상이 회복되더라도 예전의 관람 형태로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란 사실이다.

많은 사람이 비대면 사회에 적응하였고, 그 편리함에 익숙해졌다. 대면이 오히려 불편해진 상황에서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예술 행위나 유통도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요즘 공연장을 찾으며 느끼는 불편 중 하나가 객석 문제다. 한자리 띄어 앉기에 익숙해진 탓에 거리두기 없이 붙어 앉는 좌석은 불편하다.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일상의 불편이 이제는 불쾌감으로까지 다가오는 것을 보면 안전과 위생, 방역에 익숙해진 일상의 부산물일 것이다.

누군가와 함께 먹는 행위로 내적 친밀감을 쌓아온 한국인의 정서도 달라졌다. 혼밥이란 말로 외톨이를 일컫던 세태 풍자는 코로나19 이후 자발적 혼밥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소소한 생활 습관이 새로운 관람 문화로 정착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예술단체장의 미래비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역 예술과 예술인이 어떻게 변화를 수용하고 어떤 방식으로 예술을 펼쳐나갈지에 대한 구체적인 좌표를 만들어야 한다.

지역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머물 것이 아니라, 새로운 예술의 물결을 수용하는 차원에서 외부와 더 많은 교류를 추진해야 한다. 국경은 높아졌어도 디지털 세상의 문화장벽은 낮아졌다. 그 길을 먼저 찾아내 지역만의 특별한 예술로 네트워크화해야 한다. 수도권보다 디지털 예술환경이 불리한 지역 예술계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머지않아 방역 해제도 유력시되고 있다. 우리가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듯이 비대면이란 편리함을 맛본 관객들도 대면 관람으로 완전히 환원되지는 않을 것이다. 대면의 비효율성을 체감한 이상 예술분야 역시 비대면 관람 영역은 커질 것이다. 달라진 일상에서 예술정신을 지키되, 예술이 유통되는 변화는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활용해야 한다.

혹자는 예술단체의 통합을 말하기도 한다.

굳이 예술단체란 이름으로 구분 짓지 말고 지역문화예술의 지평을 넓히기 위한 협력과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역 예술이, 예술인이 변화하지 않으면 미래는 불투명하다.

자치단체와 시민을 예술로 연결해 삶의 질을 높이고 풍성한 일상을 만드는 일에 두 예술단체가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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