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편의점
불편한 편의점
  • 민은숙 청주 생명초·중 사서교사
  • 승인 2022.02.1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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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민은숙 청주 생명초·중 사서교사

 

나는 한 달에 대여섯 번은 편의점을 이용하는 편이다. 주로 아침 출근 시간에 커피나 음료를 산다. 가끔 밖에서 혼자 밥을 먹어야 하면 편의점 도시락을 주로 먹는다. 몇몇 유명한 편의점의 신상품들은 인터넷에 올라오면 구입해 먹어보며 감탄한다. 택배도 몇 번 부치기도 했고, 주말 새벽 4시에 열이 난 조카의 해열제를 사기도 했다. 편의점에 있는 ATM으로 모자란 현금을 급히 찾은 적도 있다. 편의점이 없다면 어땠을까 싶다.

그래서 이 책이 궁금했다. 대체 왜 `불편한 편의점(김호연 글·나무옆의자)'인가.

이야기는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기차를 타고 내려가던 염영숙 여사가 지갑, 통장, 수첩 등이 든 파우치를 잃어버린 것을 깨닫는 것으로 시작된다. 나이가 있으니 휴대폰 벨 소리 노래 제목도 딱 안 떠오른다. 뒤늦게 자기 전화벨 소리를 알아채고 전화를 받자 어눌하고 거친 곰 같은 목소리의 남자가 지갑 주웠다면서 통화를 해 온다. 사례를 할 테니 돌려달라는 말에 서울역에서 기다리겠다고 한다. 목소리나 공중전화의 번호, 어눌한 어조로 보아 노숙자 같다. 어쨌든 파우치를 돌려받기 위해 만날 약속을 한다.

역에서 만나 파우치를 돌려받으려는데 갑자기 두 명의 다른 노숙자와 싸움이 붙는다. 그래도 남자는 얻어맞아 가며 파우치를 지키고 다시 염 여사에게 돌려준다. 염 여사는 고마운 마음에 자기가 운영하는 편의점으로 데려가 배고프면 도시락을 알바생에게 달래서 먹으라고 한다. 그러다 연이 닿아 남자는 편의점 야간 알바로 일하게 된다. 독고라고 불러달라던 자기가 옛날에 뭘 했는지 이름이 뭔지 기억이 안 난다던 남자는 편의점에서 야간 알바를 시작하게 된다.

오래간만에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읽었다.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다 유튜버가 되었다가 새로운 일을 찾아 떠난 청년, 가족을 위해 헌신했지만 자기의 헌신을 모르고 엇나가는 아들을 둔 엄마, 회사에서 대놓고 왕따고 집에서도 천덕꾸러기인 중학교 쌍둥이 딸을 둔 가장 등 그들이 들려 주는 인생 이야기를 들었다. 끝까지 이렇게 잔잔히 흘러가던 이야기려나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아서 또 매력 있던 이야기였다.

얼마 전에 본 `어쩌다 사장'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떠오른다. 유명 배우 두 사람이 마을의 유일한 슈퍼를 운영하며 물건도 팔고, 버스 정류장 역할도 하고, 식당 역할도 하면서 마을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방송하던 예능이었다. 여러 사람의 사는 모습을 보고 들으며 왠지 옆 동네 사람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라 즐겁게 봤던 예능이었는데 갑자기 그 예능 프로그램이 생각이 났다.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이런 이야기를 읽는 게 참 오래간만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소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읽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사실 참참참을 따라하며 읽고 싶었는데 왠지 `옥수수…수염 차…마셔요.'라는 독고씨 음성이 머릿속에 자동 재생되어서 그냥 집에서 보리차 끓여 마시며 읽고 쓰고 있다.

당분간은 편의점을 보게 되면 여기에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하며 지켜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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