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한걸음
변화의 한걸음
  • 박소연 충북도문화재연구원 교육활용팀장
  • 승인 2022.02.13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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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시선-땅과 사람들
박소연 충북도문화재연구원 교육활용팀장
박소연 충북도문화재연구원 교육활용팀장

 

새로운 해가 되었다는 것을 심리적으로 인식하는 때는 보통 설 연휴가 끝난 뒤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보통 긴 연휴 끝에는 새로운 시작에 대한 다짐을 하고, 그해 이루고 싶은 목표도 세우곤 했다. 2008년 2월 10일에도 그랬다. 그런데, 마음을 다잡으며 연휴 끝자락을 보내고 있는 우리 눈앞에 잊지 못할 사건이 터져버렸다. TV 속에서 숭례문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설날 특집 영화인가? CG가 정말 리얼하네.'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러다 다급한 현장의 분위기와 뉴스 속보 자막을 보고서야 저 화면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상징과도 같았던 국보 숭례문이 불길에 휩싸여 사라지는 순간을 지켜봐야 한다니. 게다가 우리를 더욱 놀라게 했던 것은, 터무니없고 이기적인 생각에 빠진 한 사람이 숭례문에 일부러 불을 냈다는 사실이었다. 무언가 엄청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감정이 올라왔다. 이런 감정에 빠졌던 것은 필자만은 아니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래도 다행히 전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숭례문의 2층 문루는 대부분 무너져 내렸지만, 1층은 10% 정도만 훼손된 채 남았다.

이 일로 우리나라에 목조문화재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화재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 또 `국보'라는 이유로 불을 진압하기 위해 선뜻 파괴하기도 어려웠다는 점도 제기되었다. 여러 가지로 문화재 관리의 허점이 나타난 것이다.

그 후로 숭례문을 되찾기 위한 많은 노력이 있었다. 특히 국민들은 소장하고 있던 각종 자료를 내놓고, 본인들이 사용하기 위해 기르던 소나무까지 기증하는 등, 모두가 한뜻으로 숭례문을 복구하기 위해 힘썼다. 이때, 사라진 것을 되살리기 위한 `복원'이라 아니라. 훼손된 것을 원래 모습으로 돌린다는 의미로 `복구'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그리고 복구 시에는 기존 부재를 최대한 재사용하고, 일제강점기를 겪으며 변형된 것도 고증을 통해 원형을 찾고자 하였다. 또 공정마다 무형문화재가 참여하여 장인의 전통방식으로 복구한 숭례문은 5년 만에 우리 곁에 돌아왔다.

이를 계기로 2011년부터는 2월 10일을 문화재 방재의 날로 정하고, 방재 시설과 24시간 예방·감시 체계, 화재 대응 매뉴얼 등을 마련하여 문화재 화재 예방 대책을 세우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문화재 현장에서 유관기관이 모여 화재 대응 훈련도 하고, 감시용 CCTV를 설치하는 등 변화하고 있다.

어느새 숭례문 방화 사건은 10년도 훨씬 지난 일이 되어 기억 속에서 조금씩 잊혀지고 있지만,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쭉 곁에 있었다고 해서 영원하지는 않다는 점이다. 우리의 찬란한 역사가 담겨 있는 문화재를 모두가 관심을 두고 보듬어야 오래도록 함께할 수 있다. 그래야 비로소 숭례문을 지켜내지 못한 부끄러운 역사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복구해낸 아름다운 역사로 기억될 수 있다.

이제는 우리가 변화해야 한다. 그저 불만을 표출하기 위한 수단으로, 그저 재미 삼아, 이런저런 이유로 문화재를 훼손하는 또 다른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말이다. 문화재를 보다 더 많이 국민에게 돌려주려는 취지에 발맞추기 위해서는 우리들의 문화재 보호에 대한 인식도 변화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더 늦기 전에, 바로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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