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가는 왜 화산 피해가 컸을까
통가는 왜 화산 피해가 컸을까
  • 한강식 속리산중 교사
  • 승인 2022.02.09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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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한강식 속리산중 교사
한강식 속리산중 교사

 

지난달 15일, 인구 10만 명의 작은 국가인 통가에서 대규모 해저화산 분출이 일어나 세계를 놀라게 했다. 전체 인구의 80%가 피해를 받았다고 예상될 만큼 광범위한 피해가 일어났다.

통가는 일본처럼 화산 활동이 잦은 곳이다. 통가는 대륙판인 오스트레일리아판과 해양판인 태평양판의 경계에 자리 잡고 있다. 해양판과 대륙판이 충돌하면 해양판이 대륙판 아래로 섭입하는데, 해양판 암석의 성분 중에는 물을 포함하고 있는 함수 광물들이 있다.

함수 광물이 지하 약 100㎞로 내려가면 광물로부터 물이 빠져나온다. 이 물은 주변 다른 암석들의 녹는점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주변 암석 중 일부가 녹아 땅속에 마그마를 만든다. 이 마그마가 압력에 밀려 지상으로 분출하면 화산 분출이 일어난다.

이번에 분출한 해저화산은 수심이 약 150m 정도로 얕은 편이어서 쓰나미와 화산재에 의한 피해가 컸다. 태평양과 인접한 나라들에서도 크고 작은 쓰나미가 관측됐다.

통가에서는 최대 15m 높이의 쓰나미가 관측됐다. 우리나라에서는 15㎝ 정도의 해수면 상승이 관측됐고, 일본에서는 1m 이상의 해수면 상승이 나타났다. 통가와 1만㎞ 떨어진 페루에서도 2m 높이의 쓰나미로 인해 2명이 사망하고 유조선에서 기름이 유출됐다. 특히 이번 쓰나미는 예상보다 빠르게 전파돼 피해를 키웠다. 일본은 화산 폭발에 의한 해저산사태 등 일반적인 쓰나미를 가정해 경보를 내렸지만, 예측한 시간보다 2시간 30분이나 빨리 쓰나미가 도착했다. 게다가 일본과 페루는 통가 주변의 나라들보다도 쓰나미의 높이가 더 높았다.

이에 기존에 알려진 것과 다른 원인에 의해 쓰나미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강력한 화산 폭발이 공기 중에 충격파를 일으켰고, 이 충격파가 해수면에 변동을 일으켜 먼 곳에서도 빠르고 높은 쓰나미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화산 폭발 후 전 세계적으로 순간적인 기압 증가가 관측됐다. 다른 화산 폭발의 사례에서는 발견된 적이 없었던 현상이어서 과학자들의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얕은 수심의 해저화산 폭발은 많은 양의 화산재도 만들어 냈다. 재라고는 하지만 용암이 굳어져서 만들어진 무거운 암석 조각들이다. 나무로 된 주택은 화산재가 20~30cm만 쌓여도 지붕이 무너져 내릴 수 있다. 또한 화산재는 식수원을 오염시키거나 정밀기기, 항공기 엔진에 고장을 일으킬 수도 있다. 국제적인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화산 폭발 후 5일이 지나서야 항공기의 이착륙이 가능해졌던 이유도 모두 화산재 때문이었다.

대규모 화산 폭발이 일어나면 우리나라에서 꼭 뒤따르는 이야기 중 하나가 백두산의 화산 폭발 가능성이다. 100년을 주기로 화산 폭발을 반복해온 백두산의 마지막 폭발은 1925년이었다. 울릉도 근처에 있는 수심 2㎞에 불과한 해저 화산들의 연구도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어느 쪽이든 실제 분화가 일어난다면 천문학적인 피해로 돌아올 수 있다. 자연을 거스를 수는 없지만 대비하지 않을수록 피해는 가중된다. 통가의 고통이 남의 일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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