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실버운전 … “고령자 교통정책 필요”
불안한 실버운전 … “고령자 교통정책 필요”
  • 이형모 기자
  • 승인 2022.02.08 2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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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 이상 사고 3년간 4204건 … 128명 사망
충북 11개 자치단체 면허 반납 1.54% 수준
도로환경 재정비 등 노인복지차원 접근 조언
첨부용. 2일 오후 2시께 충북 청주시 서원구 산남동 한 도로에서 70대 A씨가 몰던 승용차가 상가로 돌진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독자제공) 2022.02.02. /뉴시스
첨부용. 2일 오후 2시께 충북 청주시 서원구 산남동 한 도로에서 70대 A씨가 몰던 승용차가 상가로 돌진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독자제공) 2022.02.02. /뉴시스

 

# 지난 2일 청주시 서원구 산남동 한 도로에선 A씨(77)가 몰던 승용차가 생활용품 매장으로 돌진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매장 안에 있던 손님 3명이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A씨는 이날 인근 세차장에 진입하다 운전 미숙으로 사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 지난달 19일 제네시스 GV80 차량을 몰던 김모씨(78)는 차선을 변경하다 사고를 냈다. 직진차선에서 깜빡이도 켜지 않고 갑자기 우회전을 하다 난 사고였다. 사고를 낸 김씨는 다리가 떨려 한동안 차에서 내리지도 못했다. 차량 수리비로 300만원이 넘는 보험청구서를 받았다. 김씨는 “나이가 먹어서 그런지 옆 차량을 보지 않고 우회전을 했다”며 “이제 운전면허증을 반납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충북에서 고령자의 운전과 그로인한 교통사고가 사회문제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고령자의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8일 충북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도내에서 발생한 65세 이상 운전자 교통사고는 2019년 1487건, 2020년 1366건, 지난해 1351건으로 집계됐다. 이 사고로 3년 동안 모두 128명이 숨지고 6323명이 다쳤다.

교통 전문기관의 연구에서도 고령 운전자는 그 이전연령대보다 인지·반응 능력이 뒤처지고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18년 한국교통연구원이 발표한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감소방안' 보고서를 보면 물체를 파악하는 능력인 `정지 시력'은 40세부터 저하되기 시작해 60대는 30대의 80% 수준으로 떨어졌다. 인지·반응 시간 또한 고령층이 비고령층보다 20%나 낮았다.

이 때문에 자치단체에서는 고령 운전자의 면허증 자진 반납을 유도하고 있다.

충북도내 11곳의 지자체는 운전면허 반납절차를 간소화하고 반납 고령 운전자에게 10만원 상당의 지역 상품권이나 교통카드 등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자 중 운전면허를 반납한 사람은 2056명으로 전체 고령 운전자(13만2754명)의 1.54% 수준에 그쳤다.

특히 도시보다 노인 인구가 많아 전체 인구 대비 고령 운전자 비율이 높은 농촌에서 면허 반납이 저조하다. 대중교통 수단이 부족해 자가용 운저자들은 면허를 반납하면 대체 이동 수단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고령자 교통 대책은 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은 `고령자의 교통범죄예방을 위한 실태조사 연구'에서 “고령 운전자에 대한 운전면허 관리 강화가 대중을 보호하는 절차일 수도 있으나 한편으로는 고령자 차별행위일 수 있다”며 “고령자가 운전 시 어려움을 느끼는 상황의 대부분은 도로 환경 재정비를 통해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또 “고령 운전자를 사고 발생의 책임자가 아닌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간주해 고령자의 운전 특성을 고려한 교통환경 설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형모 선임기자
lhm1333@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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