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풍경
얼굴 풍경
  • 김경순 수필가
  • 승인 2022.02.08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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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문앞에서
김경순 수필가
김경순 수필가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요즘 나는 잠을 자도 개운하지가 않다. 한번 잠에 들려고 하면 한 시간쯤 뒤척이다 잠든다. 생각이 많아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하기야 살아오면서 단잠에 든 적이 그리 많지 않다. 잠귀가 밝다고 해야 하나. 나는 자면서도 다른 사람들이 작게 말하는 소리에도 잠이 깬다. 그러다 보니 머리가 무겁고 피곤한 날이 많다. 그런데도 얼마 전 우리 집을 방문한 손님이 나를 보고는 근심이 하나도 없어 보인다고 했다. 웃는 얼굴이 정말 편안해 보인다는 말도 덧붙였다. 요즘 들어 비슷한 말을 많이 듣는다. 내가 강의를 하는 곳에서도 어르신들은 내가 잘 웃고 얼굴이 밝아 예뻐 보이고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고 하셨다.

사람들은 상대방을 볼 때 얼굴부터 보게 된다. 얼굴을 대하면 어느 정도 그 사람에게서 풍겨지는 느낌이 있다. 얼굴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알려주는 일화다. 미국의 16대 대통령 링컨은 `자신의 나이 40이면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링컨은 대통령에 당선이 된 뒤 내각 구성을 하면서 한 사람을 추천받았다. 그 사람은 재력도 있어 링컨을 도와주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하지만 링컨은 거절을 했다. 거절한 이유를 참모가 묻자 링컨은 그의 재력은 필요하지만 그 사람의 얼굴은 온통 불만과 의심으로 가득 차 있고 엷은 미소 한 번 짓는 걸 본 적이 없어 아무리 실력이 있다고 해도 마음을 맞춰 함께 일하기는 힘든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뱃속에서 나올 때는 부모가 얼굴을 만든 거지만 그다음부터는 자신이 얼굴을 만들어야 하며 나이 40이 넘으면 모든 사람은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첫인상이 `좋다, 나쁘다.'라는 말도 따지고 보면 얼굴의 모습을 기준으로 삼는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사람들이 얼굴 성형에 관심이 많은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요즘은 눈, 코, 입은 물론이고 얼굴의 피부색까지 성형을 하는 시대다. 하지만 아무리 외적으로 성형을 한다고 해도 내면에서 풍겨지는 모습은 고칠 수는 없다. 링컨이 말하는 얼굴 또한 외적인 아름다움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링컨의 얼굴도 그리 미남이라고 보이지는 않으니 말이다.

얼굴의 외모만 아름다운 사람은 보기는 좋지만 사실 선뜻 다가가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얼굴이 그리 잘생기지 못했더라도 웃음을 머금고 편안해 보이는 사람을 보면 왠지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든다. 예쁜 얼굴은 얼마든지 화장을 하고 꾸미면 되지만, 아름다운 표정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아름답다는 말은 얼굴의 외모가 아닌 내면에서 나오는 모습이다. 내면을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생활 태도와, 삶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며, 꾸준한 독서도 한몫을 할 수 있다. 그러한 생활 태도는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지름길이다. 그리고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도 편안할 수밖에 없다. 스스로가 행복하니 얼굴은 밝고, 입가엔 언제나 미소가 떠나지 않아 누가 보아도 예쁘고 아름답다 할 것이다.

나는 내가 하는 일들을 사랑한다. 강의시간에 쫓겨 어떤 날은 밥을 먹을 시간도 없다. 하지만 `힘들다.'라는 생각은 더러 하지만 `하기 싫다.'라는 생각은 해 보지 않았다. 오히려 종종 스스로가 자랑스럽다는 생각을 한다. 아마도 이런 내 모습 때문에 내가 예뻐 보이는 것은 아닐까 싶다.

19세기 프랑스 소설가인 오노레 드 발자크는 사람의 얼굴은 하나의 풍경이며 한 권의 책이라고 했다. 그 이야기는 사람의 일생이 얼굴에서 모두 나타난다는 이야기일 터이다. 그렇다면 나의 하루하루가 들어가 있는 책, 내 얼굴은 먼 훗날 누군가 읽고 싶은 명작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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