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리더라면 정조처럼
21세기 리더라면 정조처럼
  • 김명철 청주 금천고 교장
  • 승인 2022.02.0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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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역사기행
김명철 청주 금천고 교장
김명철 청주 금천고 교장

 

TV 리모컨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우연히 특강프로그램에서 화면을 중지했다. `리더라면 정조처럼'이라는 책의 저자인 김준현 교수의 강의 프로였다.

30년을 역사교사로 교단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우리 역사상 가장 훌륭한 임금으로 세종대왕과 정조를 소개했었다. 정조는 영조의 손자로 비극적인 사도세자의 아들로서 개혁 군주가 되어 조선의 르네상스를 이끌었고 조선 후기 사회변화의 기초를 놓았던 인물로 우리나라 역사가 근대사회로 발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분으로 평가된다. 특히 이 책의 저자인 김 교수는 40여년간 정조임금과 화성을 연구한 전문가로 유명해 강의를 집중해서 들었다. 강의를 마친 후 바로 서점에서 책을 구입해 읽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정조의 정치적인 식견은 물론 매력적인 인간미까지 느낄 수 있었다.

정조는 1776년 즉위식에서 “과인은 사도세자의 아들이다.”라는 말을 한다. 자신의 가장 아픈 부분을 당당하게 선포하는 모습에서 전율이 돋는다. 정조가 동궁시절 아버지 사도세자를 죽음으로 몰고간 노론 세력들로부터 수많은 암살의 위협을 받았다. 그리고 “역적지자 불위군왕(역적의 아들은 왕이 될 수 없다)”이라는 말을 했던 노론 세력들은 정조의 첫 선포에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조는 원수를 갚기보다는 이들을 끌어안는 포용정책을 펼친다. 우리는 이것을 `탕평책'이라 부른다.

정조의 왕권정치는 위로부터의 개혁을 바탕으로 새로운 정치혁신, 즉, `위민정책' `서민정책'으로 정리할 수 있다. `백성을 위한 정치를 실현'하는 것이며, 이를 위한 조치들은 `널리 인재를 등용하는 것'을 바탕으로 규장각 설립, 초계문신제 적용, 군제 개편 등 다양한 개혁정치로 나타났다. 이러한 국가의 정책들은 백성들의 삶을 안정시키고 복리를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국가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이때 정치는 철저하게 `위민과 보민'을 위한 수단이었고, 특정한 정치적 이익 추구나 특정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실험이 아니었다. 오로지 백성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과 수단이었다.

정조의 개혁 정치와 국가 경영의 비전이 주는 의미는 너무나 크다. 특히 올해는 대한민국의 20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중차대한 일을 앞두고 있으므로 국민들에게는 더더욱 중요하게 살펴볼 일이다.

얼마 전 정조가 심환지(1730~1802)에게 보낸 어찰이 공개되면서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어찰의 내용은 앞서 정치적 숙적이면서 사도세자 독살설의 근원으로 알았던 노론 벽파 수장인 심환지에게 시시콜콜한 일상사며 정국 운영의 시나리오까지 주고받고 있었다는 점이 밝혀진 것이다. 자신의 정치적 숙적이며 원수와 같은 사람과 긴밀하게 편지로 소통하고 있는 장면에서 정조의 넓고 큰 가슴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정조의 정치 의미를 20대 대통령에게 `21세기 리더라면 정조처럼'을 기대해 본다.

대통령의 정치권력이란 백성들의 삶의 안정과 복리를 위해 국민이 부여한 수단이지 그 자체로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수많은 공약과 사회개혁의 목표는 정치영역에서의 개혁을 넘어서 국민들의 삶의 질을 보다 안정시키고 개선시키는데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정치지도자에게 있어서 중요한 리더십은 공인으로서의 윤리와 정치권력의 공공성을 준수하려는 명확한 의지이다.

오늘날 국민의 삶을 도외시하고 벌어지는 정치 행위와 정책적 무능, 그리고 이념적인 편 가르기는 국민을 분열시키고 불안하게 만든다. 정조처럼 개인적인 원한 관계를 넘어서 진정한 위민과 보민, 그리고 지도자로서의 희생과 헌신이 삶 속에서 나타나는 진정한 지도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국민이 점점 지치고 삶이 어려워지는 속에서 정조의 개혁정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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