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 브로크 : 부서진 마음들이 서로 만날 때
하프 브로크 : 부서진 마음들이 서로 만날 때
  • 하은아 충북교육문화원 사서
  • 승인 2022.02.0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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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 읽기
하은아 충북교육문화원 사서
하은아 충북교육문화원 사서

 

2022년이 시작되고 벌써 두 달째이다. 바뀐 것이라고는 숫자밖에 없다. 무언갈 다짐하고 목표를 세우는 그런 연례행사를 멈춘 지도 오래다. 평온한 날들이 계속되기를 바랄 뿐이다. 어른들이 그랬다. 세월은 나이 속도만큼 흘러가는 것이라고. 나는 겨우 시속 44킬로로 흘러가는 데 왜 멀미날 정도로 빠름을 느끼는 걸까?

이런 세월의 속도에서 나는 종종 독서가 버겁다. 짧은 동화책 읽기에도 바쁜 시절이라는 핑계로 책을 장식해 놓는다. 가끔은 정말 독서를 즐겼던 적이 있었나 싶다. 여유시간이 생기면 책에 빠져들고 싶은 감정과 그냥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싸움을 벌이다 후자가 이겨버린다. 그리고 지금은 그럴 시기라고 스스로 위로를 한다.

이런 애증의 독서를 올해도 꾸역꾸역 이어가고 있다. 그 첫 번째 책이 도서 `하프 브로크'(진저 개프니 저·복복서가·2021년)이다. 동물과 교감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나는 이 책을 김영하 작가 북클럽 소개 도서라는 이유로 구매했다. 말 조련사의 실화 이야기라는 것을 책을 읽기 시작하고 나서야 알았다.

이 책은 미국의 대안교도소인 말 목장에서 상처받은 말과 사람들이 서로의 감정을 맞춰가며 성장하는 내용이다. 사회 낙오자와 버림받은 말이 서로 경쟁하듯 서로의 감정을 내세우면서 상처를 주고받다가 말과 이야기하고 감정을 나누면서 치유되고 사회로 안정적으로 나갈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있었다.

망아지처럼 뛰어다니고 말을 듣지 않는 여섯 살배기 아들이 계속 아른거렸다. 요즘 거친 언어와 공격적인 성향을 드러내는 아들에게 당황하고 있던 차였다.

타인과의 대화에서 사용하면 안 되는 말들과 해서는 안 되는 행동들을 가르치면서 반복적으로 말을 해도 고쳐지지 않는 행동에 힘이 빠지곤 한다. 보편적인 남성의 본능이라는 주변의 이야기가 맘에 새기지 않아 여전히 나는 아들의 행동과 말을 교정하려 애쓴다. 그런데 나는 아들의 마음을 읽어보려고 노력은 한 걸까?

말 조련사는 말의 표정, 숨소리, 쫑긋거리는 귀와 태도로 끊임없이 말과 교감한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행동과 태도로 말과 함께 해야 할 일을 이야기하며 말이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준다. “변화는 어느 날 느닷없이 발현될 수 있어.”라는 말처럼 그때를 기다린다.

하프 브로크처럼 반쯤 길들여진 아들의 얼굴을 찬찬히 바라본다. 한없이 애교를 부리고 나의 상처를 걱정하는 아이는 누나와의 말씨름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공격적인 어휘를 사용하고 힘을 자랑하기도 한다.

아이에게 다른 방법으로 대화하는 것을 차근차근 설명한다. 아이의 변화도 느닷없는 그 순간에 나오길 바라면서.

동물이건 사람이건 온몸으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낸다. 서로 자신을 알아달라고 아우성 거린다. 한 발짝 떨어져 타인의 또는 우리 자신의 감정도 조금 읽어내 보자. 마음의 평화가 찾아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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