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국민 통합을 고민할 때
지금은 국민 통합을 고민할 때
  • 박미영 청주시가족센터장
  • 승인 2022.02.03 2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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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談
박미영 청주시가족센터장
박미영 청주시가족센터장

 

올 겨울 연일 한파가 계속되어 추위에 몸을 움츠리다가 어느새 마음까지 꽁꽁 얼어붙어 차갑게 식어버렸다. 연초부터 마음까지 얼어붙어 버려서인지 왠지 이 겨울도 유독 씁쓸하기만 하다. 그 뿐 아니라 새해에 품은 소망조차 씨앗도 품기 전에 시들시들 비틀어져 말라 가는 것 같아 초조하고 불안하기까지 하다. 심신이 이토록 시들해진 건 무엇 때문일까?

아마도 지금 대선 정국을 바라보다 지쳐버렸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지금껏 이런 대선 정국은 없었지 싶다. 정책은 벌써부터 사라지고 서로를 겨냥한 불쾌한 이슈만 늘어 놓다보니 뉴스나 기사를 접할 때마다 화가 났다가, 한숨이 쏟아졌다가 결국 관심을 돌리게 되어 그야말로 큰일이구나 싶다.

대한민국은 경제적으로 급성장을 거듭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경제 성장 뒤에는 여러 가지 사회 문제도 불거져 온 사회가 극심한 갈등 구조 속에 몸살을 앓고 있다. 세대 간 갈등, 계층 간 갈등, 지역 간 갈등, 젠더 갈등, 남협?여협이라는 극단적 표현까지 서슴치 않으며 서로를 향한 날선 공방을 계속하고 있다. 서로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인격까지 무시하는 우리 사회는 이러한 갈등 구조 속 온갖 갑질과 차별로부터 그 누구도 자유롭지 않다.

이런 시국에 대선 후보들은 일찍감치 정책이 아닌 서로에게 흠집내기로 일관하며 국민들의 피로감을 더한다. 코로나19의 지속화로 안그래도 힘든 국민들에게 희망적이고 현실 지향적인 정책을 통해 비젼과 꿈을 안을 수 있도록 해주면 좋을 텐데 날이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는 양날의 검 같은 말들로 갈등을 부추기고 있으니 어찌 답답하지 않을 수 있을까!

급기야는 `여성부 폐지'라는 선언으로 소위 이대남(20대 남성)의 표심을 가져가겠다고 하니 이 선거판에 여성의 의미와 존재는 무엇이고,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게 이루어가야 할 사회에 여성의 인권을 무시한 채 청년세대들의 성별 갈등을 더욱 야기시키는 것은 너무나 얄퍅하고 무책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여전히 여성은 사회적 약자다. `무시했다',`헤어지자'라는 이유로 목숨을 잃거나 때로는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묻지마 범죄'의 대상이 되어 귀중한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여전히 육아는 여성의 성역이며, 임금성별격차 또한 OECD국가 중 최하위권에 머무르고 있고, 역대 최고치라는 여성 국회의원의 비율도 19%(2020 기준)에 불과하니 세상의 절반인 여성의 정치 참여와 사회 참여가 얼마나 불평등하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한 눈에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성부 폐지'는 여성의 기본적 인권 보장과 성평등한 세상을 향한 미래를 포기하는 일이다.

물론 여성가족부의 뼈아픈 성찰도 필요하다. 여성의 기본권 보장과 인권 향상을 위해 피부에 닿을 만큼의 성과가 있었는지, 여성을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 다시 가둬두지는 않았는지, 돌봄과 한부모 가족, 청소년 등 한계가 분명한 사업들로 결국 성평등 사회로의 한 걸음을 제대로 내딛지 못한 것은 아닐까 하는 절체절명의 반성과 성찰이 요구된다.

여성부는 여성만을 위한 부처가 아니다. 가족은 여성만으로 구성되지도 않는다. 청소년에는 여성과 남성 청소년이 존재한다. 여성가족부의 반성과 성찰, 국민의 진정한 요구에 맞는 새로운 모습으로 아직 사회 구석구석 남아 있는 불평등과 차별을 이겨내고 남성과 여성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평등과 정의를 구현하는 역할을 겸허히 수용하며 거듭나야만 한다.

지금은 남성 대 여성이라는 대결 구도가 아니라 국민 대통합의 길로 나아갈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갈등의 속앓이를 화합과 통합의 정책으로 이겨내야 한다.

제발 하루하루 자극적인 언어들로 국민들을 눈속임하려 들지 말고 정직한 정책으로 희망적인 미래를 이야기하는 정당하고 정의로운 대선 정국이 되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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