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르담 대성당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고딕양식 걸작품이다. 잔다르크의 명예 회복 재판도 여기서 열렸으며, 나폴레옹 대관식도 여기서 있었다. 빅톨 위고 소설의 배경이 된 장소이기도 한 이곳이 지난 2019년 4월 갑자기 발생한 화재로 무너졌다. 보수공사를 진행 중이던 첨탑 주변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바람에 첨탑과 주변 지붕이 무너져버렸다.
거룩함과 웅장함에 감탄하며 둘러본 장소인지라 화재 소식을 들었을 때 허탈했다. 개보수가 이뤄지기는 했지만 어쨌든 12세기부터 내려온 역사적 흔적을 미래 세대에 보여줄 수 없다니….
우리나라도 화재로 문화적 유산이 소실되는 아픔에서 예외는 아니다. 국보 제1호 숭례문이 생각난다. 2008년 2월 방화범의 소행으로 전소된 후 2013년 5월 복원됐지만 임진왜란이나 6·25전쟁에서도 그 자리를 지켰던 숭례문이 잿더미가 된 모습을 보며 허탈했던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
그런데 여기에 마치 슈퍼맨처럼 과학자들이 등장한다. 프랑스 역사유적연구소의 연구팀은 22명의 과학자, 공학자가 모여 대성당의 석재, 유리, 페인트, 금속을 분석했다. 국제학술지 `Science'에 따르면, 기존 성당을 건축하면서 사용되었던 재료들을 재활용할 수 있도록 과학자들은 복원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다. 화재 후 바닥에 떨어진 석재 중에서 어떤 것이 재활용이 가능한 것인지 색깔만으로 재활용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을 과학자들이 찾아낸 덕분이다.
사실 간신히 남아있는 건물 벽들도 복원하기 어려운 요소가 있었다. 화재 당시 불을 끄면서 건물을 구성하고 있는 석회암이 물을 많이 흡수하게 되는 바람에 원래 무게보다 30%가량 더 무거워졌고, 흡수된 물은 겨울을 지나면서 수축과 팽창을 거듭함에 따라 건물이 점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과학자들은 석회암의 중량을 측정해서 재붕괴를 막기 위한 건조 방법을 찾아 건물의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노트르담 대성당에는 200톤이 넘는 납이 화재로 녹아내리고, 각종 철 구조물이 뒹굴었다. 이 폐허 같은 장소에서 과학자들은 철 구조물이 얼마나 열을 받았는지 조사하는`열지도'를 제작하고, 납 오염을 해결할 방법을 찾고자 노력했다. 심지어 화재 전 대성당에서 열렸던 음악회에서 측정해놓은 음향특성을 기준으로, 복원된 대성당의 음향 특성까지 파악하는 `소리지도'를 제작하며 복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4년까지 노트르담 대성당을 복원하겠다고 한 프랑스의 공언대로 노트르담 대성당의 복원이 이뤄지기를 희망한다. 커다란 상실감을 주었던 이 대성당은 다양한 분야의 과학기술에 의해 미래 세대뿐만 아니라 가보지 못한 이들에게까지 문화유산의 체험이 이루어질 수 있는 멋진 장소로 탈바꿈하기를 소망해본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프랑스 내부 지침에 의해 500년 동안 한 번도 허가된 적이 없이 베일에 싸여 있던 성당 지하가 화재 이후 공개되면서, 연구진들의 성당 지하 석조물에 대한 연구가 가능해졌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