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의 장소, 조선의 궁궐 한궁도
상상의 장소, 조선의 궁궐 한궁도
  • 티안 라폼므현대미술관 미디어아트작가
  • 승인 2022.01.26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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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티안 라폼므현대미술관 미디어아트작가
티안 라폼므현대미술관 미디어아트작가

 

2016년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르 코르뷔지에 전시는 최근 건축과 공간에 관한 필자의 미디어아트 작품 작업에 큰 영향을 주었다.

조선의 한궁도를 동시대기술기반의 NFT 예술작품으로 작업하는데 르 코르뷔지에를 떠올렸다. 사람들은 그를 현대 건축가의 아버지라 부른다. 하지만 그는 철학자이며 종합예술가이다. 그의 건축은 시대의 정신과 사유, 그리고 자연과 인간존중을 기본으로 한다.

본질을 탐구하기 위해 당대의 예술가들과 함께 순수주의를 추구하는 수많은 회화작품과 조각작품을 남겼으며 “누군가 나의 건축 작품에서 장점을 발견한다면 그것은 내가 매일 그림을 그리는 비밀스러운 노력에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르 코르뷔지에의 대표 건축기법인 모듈러를 창안했을 때 수많은 사람의 비판을 받게 되자 아인슈타인을 찾아가게 되고, 세상을 바꿀만한 연구라는 극찬을 받았다.

필자가 전시를 보러 간 2016년 유네스코는 르 코르뷔지에가 설계한 프랑스, 벨기에, 독일, 스위스, 일본, 인도, 아르헨티나 등 7개국에 있는 17개의 건축물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였다.

건축으로 20세기 인류 문명의 확장에 커다란 공헌을 인정한 것이다. 그는 예술적 상상력을 회화적 방식으로 표현하고 이것을 현실에 적용시켜 우리의 질적 삶을 향상시킨 철학가형 종합예술인이라 필자의 `워너비'이다.

이처럼 우리에게도 예술적 상상력으로 탄생한 조선의 궁중장식형 건축 그림이 있다. 작년부터 미디어아트 작업으로 디지털 서사를 가미하여 새롭게 작업 중인 조선의 한궁도(漢宮圖)이다.

한궁도는 조선 후기에 제작된 궁중장식화로 왕실의 장수와 복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작품으로 실재하는 궁궐이 아닌 중국풍의 이국적이고 화려한 전각들을 상상하여 그린 그림으로 상상의 궁궐과 신비스러운 느낌의 산수가 조화를 이루어 평온한 분위기가 특징이다.

특히 서양 화법이 극대화된 작품도 있어 보기 드문 구도와 화려하고도 이국적인 풍경을 느낄 수 있는 건축 그림이다. 현재 남아있는 대부분 한궁도는 파노라마 형식으로 작품이 제작되어 있으며 이는 상상의 건축물과 비현실적 공간배치 등이 화려함을 배가시키며 궁궐의 장식 그림으로 안성맞춤이었을 것이다.

또한 한궁도는 화면의 높이가 70센티미터 정도로 앉아서 바라보기에 가장 적당한 눈높이로 제작되었다. 비현실적 상상의 공간을 그린 건축 그림이지만 작품을 바라보는 눈높이는 현실을 바라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한 깊은 공간감을 구성하고 있다. 마치 한궁도는 보는 이로 하여금 걱정 없는 태평성대의 조선 궁궐을 꿈꾸게 하였을 것 같다.

이제 시대와 공간이 변한 2022년의 조선의 서울 속 한궁도를 필자는 메타버스 속 디지털 NFT작품으로 작업 중이다. 예전의 70센티미터 높이는 이제 50미터의 폭과 3.5미터의 높이로 바뀌었고, 의자에 앉아 바라보던 한궁도를 이제는 스마트폰이나 AR(중강현실) 헤드셋을 착용하고 바라본다.

2022년 메타버스 속 한궁도에는 관람자들이 직접 작품 속으로 들어가서 다양한 예술적 체험도 할 수 있다. 르 코르뷔지에가 예술적 상상력을 현실의 삶과 연결시키는 것처럼, 필자도 조선 한궁도의 예술적 상상력을 동시대 기술기반예술로 현실의 삶에 연결하는 작업을 계속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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