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이 앗아간 생명
탐욕이 앗아간 생명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2.01.24 1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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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탐욕이 앗아간 소중한 생명.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 아이파크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6명이 희생됐다. 1명은 사망한 채 발견됐으나 아직도 보름여가 지난 상황에서 나머지 5명은 시신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피해자 가족들은 망연자실이다. 매일 현장에서 수색 상황을 지켜보고 있으나 2주째 진전이 없자 항의 시위에 나서고 있다.

광주광역시는 수색에 진전이 없자 24시간 사고수습체제에 들어갔다.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은 지난 23일 현장 브리핑에서 “앞으로 24시간 수색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책본부를 지휘하고 있는 HDC현대산업개발 민성우 실장도 “24시간 주야 교대로 직원을 투입해 구조작업을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중동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문재인 대통령도 사고수습에 전력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안경덕 장관이 본부장을 맡고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소방청 등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중앙사고수습대책본부를 구성해 근로자 수색, 현장 수습, 피해 지원 등을 총괄 지원하게 된다.

대통령이 전날 “사고수습 과정 전반에서 정부가 주도적 역할을 하라”고 지시하자 내려진 조치다. 중수본은 24일 오후 3시 사고 현장에서 첫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수습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사고수습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언론들은 연일 이번 사고가 인재로 추정되는 증거와 정황들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무리하게 공기를 단축하려 한 시공사의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의 당초 공사 일정은 지난해 10월부터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현장 시공 일지에 따르면 문제의 201동에서의 콘크리트 타설작업은 사고가 나기 3개월 전에 완료됐어야 했다. 하지만 공기를 맞추지 못하자 무리하게 콘크리트 타설작업 공기를 크게 단축했고 제대로 양생이 되지않은 콘크리트가 하중을 견디지 못해 붕괴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3일에는 시공사가 당국의 설계변경 승인 없이 무단으로 기둥 수를 줄였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시공사가 광주광역시 서구청에 제출한 설계도 상에 붕괴된 201동의 공법은 무량판 구조로서 기둥이 6개가 설치돼 있어야 했다. 그러나 현장에 정작 설치된 기둥은 2개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이번 참사가 기본을 지키지 않으며 공기를 앞당겨 비용을 절감하려는 시공사의 `욕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실제 시공사는 지난해와 올겨울 혹한기에 눈발이 내리치는데도 콘크리트 타설 공사를 했으며 구청에 제출한 안전관리계획서에 명시된 공정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이 계획서에는 `(작업현장 날씨가)저온일 때 콘크리트 타설을 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분명한 것은 이번 사고의 원인이 탐욕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시공사는 공기를 억지로 단축시켜 인건비를 절감하게 됐고 불량 레미콘을 제대로 검수하지 않는 과정에서 업체 등 누군가가 이득을 보게 됐다. 또 어떤 업체는 제대로 된 고급 기술 인력을 현장에 투입하지 않고 `비전문가'인 저숙련 노동자를 현장에서 일하게 했다.

이런 탐욕의 교집합 결과가 결국 현장에서 귀중한 인명을 잃게 한 셈이다.

지금 이 시간 어느 곳에서 또 진행되고 있을지 모르는 부실공사 현장들. 다시는 손대지 않아도 될 `중대재해처벌법'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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