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가 위험하다
설 연휴가 위험하다
  • 하성진 기자
  • 승인 2022.01.2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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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하성진 부장(취재팀)
하성진 부장(취재팀)

 

독하고 질긴 코로나19는 올해도 어김없이 코앞으로 다가온 설 명절을 묶어놓는다. 코로나19가 국내에 창궐한 지 올해로 2년째로 접어들었다.

2년 전인 2020년 1월 25일 설 아침을 상기한다.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을 맞아 오랜만에 대가족이 한데 모였다. 뜨겁게 달궈진 프라이팬 위에 동태전이 먹음직스럽게 익어가면서 고소한 향을 풍긴다. 열다섯 살짜리 집안 가장 큰 형은 꼬마 녀석들 앞에서 화려한 제기차기 솜씨를 선보인다. 말끔하게 차려입은 어른들과 아이들은 차례를 지내고 떡국을 먹으며 복이 넘치는 한 해를 기원한다.

정성스럽게 차린 음식이 놓인 풍성한 아침상에 가족들은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운다. 이어 기다리던 세배 시간, 오색 빛깔 한복을 입은 아이들이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며 절을 올린다. 이윽고 어른들은 “그래. 무엇보다 건강해야 한다”라는 덕담과 함께 세뱃돈을 건넨다.

종일 왁자지껄한 소리가 끊이질 않는 시골 종갓집의 설 풍경이다.

코로나19로 설 명절의 이런 풍경은 고사하고 분위기조차 나지 않는다. 전국에서 시행 중인 사회적 거리두기(사적 모임 인원 6명)가 설 연휴를 포함한 다음달 6일까지 시행된다.

국내에서도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한 데 따른 조처다. 특히 이동이 많은 설 연휴에 오미크론 변이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

7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는 설 연휴 예외 없이 적용되며 직계 가족도 거주지를 달리하면 7인 이상 모임을 가질 수 없다. 사실상 귀성길을 차단한 셈이다.

설 이동 금지는 어김없이 `풍선효과'를 불러오고 있다. 호텔, 리조트, 펜션, 캠핑장, 골프장까지 호황을 누리고 있다. 가족 단위 또는 지인 간 6명이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다. 7인 미만의 인원을 꾸려 연휴를 즐기려는 이른바 `설캉스(설+바캉스)족'이다. 귀성길은 막아놓고 설캉스는 제약할 수 없다 보니 자칫 설 연휴가 새로운 감염 확산에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올 만도 하다.

리조트는 3D게임장, 놀이기구, 당구장 등 각종 편의시설이 집합돼 있다. 숙소에서만 머물 수 없다 보니 상당수 이용객이 리조트 시설을 찾아 유희를 즐긴다. 마스크 착용, 입장객 제한 등의 방역수칙을 지킨다 해도 한 공간에 10여명이 몰릴 수밖에 없다. 캠핑장과 글램핑장도 마찬가지다. 실내가 아닌 야외에서 생활하는 특성상 마스크를 벗고 즐기는 경우가 많아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

대부분의 캠핑장과 글램핑장은 개수대와 화장실 등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데다 전국 각지에서 온 캠퍼들 사이에서 접촉이 빈발해질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주말 뒤 설 명절로 이어지는 연휴에 청주국제공항의 항공편도 예약 마감을 목전에 뒀다.

설 연휴를 일주일 앞두고 청주~제주, 제주~청주 항공편 예약률은 90% 후반대를 기록했다. 일부 항공사는 연휴 첫날과 마지막 날 예약을 마감했다.

충북도는 설 연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시·군과 합동으로 숙박시설과 야영장을 점검한다고 한다. 문제는 단순 점검에 그쳐서는 안 된다. 코로나19 확산세를 잡겠다고 고향길까지 못 가도록 한 마당에 `설캉스족' 눈치 볼 이유는 없지 않은가. 거리두기에 걸맞게 `강화된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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