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도서관
진화하는 도서관
  • 정광섭 서원도서관
  • 승인 2022.01.20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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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정광섭 서원도서관
정광섭 서원도서관

 

인도의 수학자였던 랑가나단은 본인이 재직 중인 대학의 도서관장직을 맡게 되면서 규칙 없이 배열된 책들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그는 문헌정보학에 관심을 갖고 분류법을 만들고 결국은 수학자에서 전 세계적으로 저명한 도서관학자가 되었다. 또한 그가 만든 도서관학 5법칙은 도서관인들의 운영원칙이자 공공도서관의 기본 이념이다.

제1법칙 Books are for use. 책은 이용하기 위한 것. 제2법칙 Books are for all. 책은 모든 사람을 위해 존재. 제3법칙 Every books, its reader. 모든 책은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제공하라. 제4법칙 Save the time of the reader. 독자의 시간을 절약하라. 제5법칙 A library is a growing organism. 도서관은 성장하는 유기체이다.

오늘 이 중에서 필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제5법칙 도서관은 성장하는 유기체라는 원칙이다. 도서관은 시대의 흐름과 역동적인 환경변화에 적절히 대응함으로써 진화와 변용을 거듭하며 유기체로 성장해 나가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요즘 이 원칙이 더욱 깊이 마음에 닿는다. 최근 공간의 전략은 비단 공적 영역뿐만 아니라 모든 서비스 영역의 화두인 듯하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쇼핑 매장들도 그런 트렌드를 일찌감치 보여주고 있다.

지어진 지 10년이 되어가는 우리 서원도서관도 새로운 공간 전략을 짜보고자 오는 2월부터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간다.

기존의 책이나 빌리고, 반납하고 조용히 공부하는 공간이라는 고루한 인식을 깨고 주민들이 모여 문화생활을 공유하는 라이프스타일 공간으로 변화할 예정이다.

1층은 도서관의 모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통합정보데스크와 로비공간으로, 2층은 유아·어린이들이 책과 함께 놀며 꿈을 키울 수 있는 공간으로, 3층은 자유로운 소통이 가능한 편안함을 기반으로 한 일반자료실, 4층은 인문학이 특화인 서원도서관만의 매력을 충분히 살려 깊이 있는 인문학 자료와 소규모의 인문학 강연을 활발히 진행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을 조성하고, 5층은 서원도서관 인근 주민들의 특성을 분석한 결과 신중년(5060세대)세대들이 많이 거주하는 특성에 맞춰 신중년들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조성하여 액티브시니어의 은퇴 후 삶을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다.

이처럼 탈권위적이고 주민들 간의 자유 소통이 가능하며 어느 계층이든지 도서관 공간 안에서 편안함을 누릴 수 있도록 거듭날 계획이다. 흔히들 도서관은 책만 있는 공간이 아니냐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곳엔 사람이 있고, 이야기가 있고, 각자 삶의 희망을 위해 드나드는 사람들의 땀과 눈물과 꿈이 있다. 새롭게 변화된 도서관 공간 안에서 이처럼 저마다의 아름다운 역사를 꾸준히 써나가도록 할 것이다.

“도서관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내게 여전히 특별한 장소로 남아 있다. 그곳에 가면 늘 나를 위한 모닥불을 찾아낼 수 있다. 어떤 때는 그것이 아담하고 친밀한 모닥불이고, 어떤 때는 하늘을 찌를 듯이 거대하게 넘실대는 화톳불이었다. 그리고 나는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모닥불 앞에서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 왔다.”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처럼 우리도 도서관에서 마음을 따스하게 데워줄 모닥불 하나씩 피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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