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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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8.02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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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덕서 분서(分署) 어디로 가야하나
한 인 섭<사회문화체육부장>

우리 속담에 '이웃 집 처녀 믿다가 장가 못간다'라는 말이 있다.

청주 흥덕경찰서 분서(分署)와 함께 신설될 경찰서 용지를 찾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충북지방경찰청이 꼭 그 모양이 아닌가 싶다.

'분서'방침과 실시 설계비 5억원까지 확정된 게 이미 지난해 11월이었는데, 뒤늦게 터를 물색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내막엔 그럴 만한 속사정이 있다.

이용희 국회 부의장(열린우리당)이 행정자치위원장을 맡고 있을 당시 탄력을 받아 확정된 흥덕경찰서 '분서'는 충북경찰의 오랜 숙원이었으나 쉽게 풀리지 않는 과제의 하나였다. 산남 3지구와 성화지구 등 청주시의 양적 팽창과 청원 오창의 대규모 아파트단지 입주 등으로 늘어난 치안수요는 흥덕경찰서가 관할구역 인구만 44만명에 달했으나 번번이 예산 탓에 밀리곤 했다.

결국 분서방침은 확정됐다. 그러나 '청주 산남 3지구로 이전할 수곡동 법원·검찰청자리를 사용하면 될 텐데 땅을 별도로 매입할 필요가 뭐 있냐'는 논리 탓에 관련 예산 쏙 빠지고, 설계비 5억원만 반영됐다고 한다. 지금에 와선 막연한 판단이기도 했으나 후속절차만 제때, 적절한 방식으로 실행했으면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수 도 있었다.

하지만 '청사·부지 관리전환' 절차는 진행되지 않았고, 이전용지를 확보하지 않으면 어렵사리 따낸 실시설계 예산조차 반납해야할 상황까지 예견되자 공문을 보내고 실무자들이 협의를 시작한 모양이다. 이때까지 청주지검이나, 청주지방법원, 법무부, 법원행정처 등 관련기관 모두 아무런 사전정보가 없었다고 한다.

적어도 내년 6월까지는 청사를 사용해야하는 법무부나 법원행정처는 아직 '활용계획'을 수립할 단계가 아니고, 재산관리 주무부처 재경부와 협의도 해야할 입장인데, 터를 내달라는 '경찰의 채근'이 오히려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이런 사정 탓에 양 부처는 아직 경찰에 속시원한 답변을 내놓을 수 없는 형편인 것 같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경찰은 양 기관과 협의는 협의대로 진행하면서 후보지를 찾는 방향으로 일머리를 돌렸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경찰은 청주·청원 지역 웬만한 국·공유지는 이미 한 두 번씩 훍어 봤다고 한다. 민간소유 땅은 비쌀 뿐만 아니라 매입 협의 역시 만만치 않아 산림청까지 찾아 물색중이지만 쉽지 않은 모양이다.

그러나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경찰만을 탓할 수 없다.

용지 매입 예산이 생략된 채 실시설계비만 반영된 것만 보더라도 관련부처들이 법원·검찰청자리의 사용을 전제했다는 것으로 여길 수 있는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실무 파트나 경찰청장이 꼼꼼하게 챙겨야 했으나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 '경찰청이나 행자부가 챙겼으려니' 했다가 '행정의 사각지대'가 된 사례로도 여겨진다. 어찌됐든 여전히 경찰은 청주시 수곡동 법원·검찰 청사에 새 경찰서를 짓고 싶은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상당경찰서와 흥덕경찰서 위치를 고려할 때 이곳은 청주·청원지역을 '황금분할' 할 수 있는 최적지라는 게 경찰의 판단이기도 하다. 경찰서 입주는 법원·검찰이 떠나면 이 지역이 '공동화'될 것을 우려하는 인근 주민들의 희망사항이기도 하다.

'키'를 쥐고 있는 법원행정처와 법무부가 나름의 행정절차와 관련규정에 따라 풀어나갈 일이지만 '융통성'도 발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공교롭게도 이번 사안은 우리 사회에 가장 힘있는 기관으로 여겨지고 있는 법원, 검찰, 경찰이 '국유재산' 문제를 놓고 맞닿아 있다. 그런 탓인지 이들이 진행하고 있는 '협의'와 '일의 향방'에 쏠린 지역민들의 관심은 어느때 보다 높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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