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한사미, 겨울 법칙 돼버렸나
삼한사미, 겨울 법칙 돼버렸나
  • 한강식 속리산중학교 교사
  • 승인 2022.01.19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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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한강식 속리산중학교 교사
한강식 속리산중학교 교사

 

4년 전 겨울에 있었던 일로 기억한다. 지인인 두 가족이 비슷한 시기에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이 어땠느냐는 질문에 두 가족 모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는데, 이유는 전혀 달랐다. 먼저 갔던 가족은 날씨가 너무 추워서 야외를 돌아다닐 수가 없었다고 했다. 나중에 간 가족은 날씨는 따뜻했지만, 미세먼지가 너무 심해 야외를 돌아다닐 수 없었다고 했다.

올해 겨울도 마찬가지다. 따뜻한 날은 미세먼지 농도가 높고, 미세먼지 농도가 낮은 날은 추위가 찾아오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어느 쪽이든 쾌적한 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죽하면 우리나라 겨울철 날씨를 표현하는 삼한사온 대신 미세먼지 농도 증가를 빗댄 삼한사미라는 말까지 등장했을까.

겨울에는 시베리아 고기압의 영향이 강해져서 북서풍이 불면 날씨가 추워지는데, 중국 대륙을 비교적 덜 지나오기 때문에 미세먼지 농도가 낮다. 하지만 우리나라까지 확장해 온 찬 공기는 점차 따뜻해지면서 이동성 고기압으로 변화된다. 그리고 서풍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강해지면서 비교적 따뜻한 중국 대륙으로부터 바람이 불어온다. 이로 인해 기온은 높아지지만 불청객인 미세먼지의 농도는 강해진다.

환경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12월~3월 미세먼지 농도는 연평균 농도에 비해 약 26% 정도 높았다고 한다. 겨울은 날씨가 추워 상승기류가 높게 발달하지 않으므로 다른 계절에 비해 미세먼지가 높게 퍼지지 않는다. 또한 난방 수요 증가 등 사회경제적인 이유까지 겹쳐 미세먼지 농도를 높게 만든다. 이러한 경향이 3~4일 정도를 간격으로 반복되므로, 삼한사온 대신 삼한사미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시작된 이후 미세먼지와 관련한 사람들의 관심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미세먼지와 관련한 검색 횟수는 보통 11월쯤부터 증가해 5월 말까지 높아진다. 하지만 코로나19 시작 이후인 2020년 이후 미세먼지 검색 횟수는 이전 연도의 1/3 수준에도 못 미친다.

실제로 미세먼지가 줄어든 영향도 있다. 2020년 미세먼지 농도는 2017~2019년 평균보다 약 25% 정도 감소했는데, 그중 약 70%는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으로 분석되었다. 한편으로는 마스크가 착용이 당연해지면서 사람들이 미세먼지를 덜 두려워하게 된 것도 중요한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코로나19가 종식돼 마스크로부터 해방되면 우리는 다시 미세먼지와 싸워야 한다. 먼지든, 화학 물질이든, 바이러스든. 호흡기를 통한 질환의 무서움은 지난 수년에 걸쳐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우리는 과연 자유롭게 숨 쉴 수 있는 권리를 되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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