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끼눈을 뜨고 쳐다보고 있다
도끼눈을 뜨고 쳐다보고 있다
  • 박명식 기자
  • 승인 2022.01.18 1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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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가 한 유튜브 언론의 이모 기자와 7시간 동안 나누었던 통화내용 일부가 MBC시사프로그램을 통해 공개됐다. 김씨는 통화내용에서 지나온 시국 전말 과정 중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했던 사안을 놓고 자신의 입장과 의견을 여과 없이 털어놨다. 정치적 얘기가 오간 통화내용에서는 “조국의 적은 민주당이다. 윤 후보가 대통령 후보가 될 줄 누가 상상했겠냐. 윤 후보는 문재인 정권이 키워준 것이다. 박근혜를 탄핵한 것은 진보가 아닌 보수다”라는 견해를 쏟아냈다.

또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이 한참 진행되던 시점으로 예상되는 통화내용에서는 이모 기자에게 “홍준표에게 비판적인 질문을 해봐라. 기자님을 우리 캠프로 데려왔으면 좋겠다. 정보업무 역할을 하면 된다. 잘하면 1억원도 줄 수 있다”는 제안과 타협도 시도했다.

당시 김종인 선거캠프 총괄위원장을 향해서는 “본인이 캠프에 계속 오고 싶어 했다. 먹을 것 있는 잔치판에 왜 안 오고 싶겠냐”는 등 자신의 생각을 사심 없이 드러냈다.

정치권 미투에 대해서는 “안희정이 불쌍하다. 남편도 안희정 편이었다. 미투가 터지는 건 다 돈을 안 챙겨줘서 터지는 것이다. 보수는 챙겨주기 때문에 미투가 안 터진다”는 말을 거침없이 던졌다.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관련해서는 “나는 나이트클럽 같은 시끄러운 곳을 싫어한다. 엄마가 돈이 많은데 내가 뭐가 아쉬워서 유부남하고 동거하겠느냐”며 적극 해명하기도 했다. 해당 통화내용은 변죽만 울리고 대선 지형을 뒤흔들 만한 충격적 폭로는 없었다. 다만 김씨가 대선캠프 전략과 인사 등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만한 `비선 실세'라는 인상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통화내용 방송공개 후 국민의 여론 추이에 대해 언론들이 바라보는 시선도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일부 보수성향 언론은 통화내용 파장이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윤 후보 지지율이 급등하고 있고 보수층 결집이 이뤄지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고, 일부 진보성향 언론은 김씨의 보수 폄훼성 자책골 발언으로 인해 보수의 균열이 일어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대통령 부인을 뜻하는 영부인은 외교 무대에서 나라를 대표하는 퍼스트레이디이자 대통령이 파악하지 못하는 물밑 여론을 침실에서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는 국정의 조력자이다. 법원이 김씨의 사적인 통화내용까지 방송공개를 허용한 것도 대통령 부인이 되고자 하는 인물에 대해 국민이 알 권리가 있다는 판단으로 결정했을 것이다. 그래서 김씨는 이번 통화내용 공개를 가혹하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당연히 감수하고 책임져야 할 몫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다.

그리고 자신의 바람직하지 못했던 과거에 대해 진정으로 자성하고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인정을 받기 위해 무단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왜 그래야 되느냐고 묻는다면 남편이 대통령에 당선되기라도 한다면 본인이 아무리 싫거나 거부한다고 해도 퍼스트레이디이자 영부인이라는 정치적 역사적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보다도 더 중요한 이유는 지난 정권에서 최순실이라는 비선 실세로 인해 나라가 도탄에 빠졌던 역사, 대통령이 탄핵되고 4년간 감옥살이를 했던 역사가 바로 엊그제였다는 사실이다. 여권이든 야권이든 코앞의 비운의 역사를 생생히 경험한 우리 국민들이 수준 낮기 짝이 없는 이번 대선정국을 오늘도 도끼눈을 뜨고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반드시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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