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기록원 출발 원년이 중요하다
청주기록원 출발 원년이 중요하다
  • 엄경철 기자
  • 승인 2022.01.1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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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엄경철 선임기자

지난 7일 청주기록원이 문을 열었다. 광역자치단체가 의무적으로 영구기록물 관리기관을 설치토록 한 규정에 따라 현재 서울시와 경상남도가 각각 기록원을 운영하고 있지만 기초자치단체로는 처음이다.

청주시는 오랫동안 기록문화도시 이미지 구축에 힘써왔다. 세계적인 기록문화 역사를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청주시는 꾸준한 투자와 노력을 기울였다. 직지찾기, 직지축제 등을 통해 기록문화도시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최근에는 청주시 청원구 운천동 흥덕사지 인근에 유네스코 기록문화센터를 건립 중이다.

이러한 청주시의 세계적인 기록문화도시 조성사업 추진은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여러 경전의 법문에 실린 내용 중 좋은 구절만 뽑아 편집한 불교서적 직지심체요절은 독일 쿠텐베르크 성서보다 79년 앞서 제작된 금속활자본이다.

고려시대인 1377년 7월 청주 흥덕사에서 발간된 직지심체요절은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이기도하다.

청주시의 기록문화 역사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보다 더 앞선다. 신라시대 기록물에서 그 역사를 확인할 수 있다.

일본 나라현의 사찰 도오다이지(東大寺)의 `정창원'에 신라시대 `신라장적(촌락문서)'이 있다. 1933년 발견된 `신라장적'에는 신라 서원경 부근 4개 촌의 사정을 기록한 것이 있다. 서원경은 청주지방에 있었던 5소경의 하나다. 이 문서는 경덕왕 때인 755년 또는 헌강왕 때인 875년 기록된 것으로 추정된다.

`신라장적'에는 마을의 전체 크기, 집의 수, 인구 수, 소나 말과 같은 가축의 수, 논밭의 면적, 뽕나무나 호두나무 같은 과실나무의 수 등이 기록돼 있다. 당시 인구는 상민과 노비를 구분해 성별, 연령별로 6등급으로 구분해 적었다. 집은 일할 수 있는 성인 남자의 수와 가지고 있는 논밭의 면적에 따라 9등급으로 나눠 구체적으로 기록했다. `신라장적'은 과거를 알 수 있는 기억저장고로 그 가치를 새삼 느낄 수 있다.

이처럼 현존하는 기록물에서도 알 수 있듯이 청주시는 일찌감치 기록문화도시로 주목받았다.

청주시가 기초단체 최초로 기록원을 운영하는 것은 이러한 역사적 배경으로 볼 때 필연적이라 하겠다.

이제 청주기록원은 지역민들의 관심 밖에 있는 기록문화 역사를 계승 발전시키기 위한 과제를 풀어야 한다.

청주기록원은 전시인 기록관의 행정기록 중심의 운영에서 벗어나 시민의 삶과 일상적인 기억을 수집, 보존관리기능을 하게 된다. 청주기록원의 안착과 활성화는 세계적인 기록문화도시로 가는 기초라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시민 참여없이는 청주기록원은 기존 기록관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운영에 있어서도 지나치게 학문적으로 치우칠 경우 일반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좁아진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지자체와 단체장은 기록문화도시의 출발점을 기록원에서 찾아야 한다.

단체장의 확고한 의지와 기록문화도시 브랜드 강화를 위한 관심과 투자, 지원 없이는 활성화할 수 없다.

그래서 청주기록원 출발 원년인 올 한해 동안 어떻게 주춧돌을 놓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시민 참여가 운영의 기본이 되는 청주기록원이 확고히 자리 잡을 때 청주시의 기록문화도시가 완성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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