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커피 맛 어떻게 아나요?
좋은 커피 맛 어떻게 아나요?
  •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22.01.12 2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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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커피 맛이 좋다는 집이 있으면 먼 길 마다하지 않고 찾아가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실은 나도 그중 하나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떠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도 근처 맛있는 커피집 때문이다. 아침 운동을 마치고 공복에 마시는 커피 한 잔을 특히 좋아하는데 운동 마치는 시간을 아예 커피집 문 여는 시간에 맞출 정도다.

산미를 좋아하지만 신맛, 고소한 맛, 단맛의 균형이 잘 맞는 커피 한잔을 마실 때 그 행복은 비할 바가 아니다. 예전에는 투 샷을 기본으로 한 아메리카노를 마셨는데 최근에는 샷을 추가하여 마시게 되었다. 혀는 매일 더 맛있는 커피를 원한다.

언젠가 TV에서 강릉의 한 스페셜티 커피집을 운영하는 대표가 출연한 것을 본 적이 있다. 커피 맛을 잘 모르던 2002년, 그는 강릉에 커피 볶는 공장을 열었다고 한다. 당시 커피는 대부분 몇 곳 대기업에 의존하던 시기여서 좋은 커피 생두를 수입해 국내에서 볶는 그의 커피 공장은 금방 입소문을 탔다.

강남의 레스토랑부터 특급호텔까지 주문이 이어졌다. 그는 커피 볶는 공장에서 힘을 얻어 강릉시 구정면에 커피집을 열었다.

커피집을 열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구정면의 그 집에 들렀었다. 낡은 집을 개조해서 만든 그 집에서 나는 발코니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툇마루라고 해야 할까 여하튼 본 건물에서 달여낸 공간에서 커피를 마셨다.

정동진 근처의 호텔에서 세미나가 있어 1박 2일을 머물고 학교로 돌아가는 길이었는데 당시는 믹스 커피에서 아메리카노라는 원두커피로 입맛이 급격히 변하던 시기였다. 그동안 맛본 아메리카노겠지 하고 주문했는데 작은 잔에 담겨 나온 커피는 맑은 브라운 색을 띠는 빛깔부터 달랐다. 한 모금 넘겼는데 산미가 혀를 휘어 감았고 고소하고 달큰했으며 오렌지 향이 맴도는 듯도 했다.

어떤 커피가 좋은 커피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강릉 커피집 대표인 그는 이렇게 답했다.

Just do it! 우리가 밥을 먹어요. 매일 평생을 밥을 먹어 왔잖아요. 평생을 먹어 왔으니까 그 사이에 수많은 종류의 밥을 드셨을 거예요.

어떤 집은 질이 나쁜 묵은 쌀을 쓰기도 하고 어떤 집은 햅쌀을 쓰기도 하고 그러겠죠? 밥 공부 따로 안 하시잖아요? 그래도 지금 밥을 먹어보면 햅쌀인지 아닌지 다 구분할 수 있어요. 그냥 그게 자기한테 익숙해져 가는 거에요. 커피 맛에 대해 천 번을 배우는 것보다는 좋은 커피 여러 번 마셔 보는 게 백번 나아요.

이렇게 좋은 커피를 늘상 일상에서 대하면은 저절로 알게 돼요. 혀가 말을 하기 시작해요. 가장 중요한 포인트 중의 하나가 맛에 대한 경험치에요.

좋은 맛에 대한 경험치! 좋은 커피를 일상에서 자주 대하게 되면 저절로 알게 되는 좋은 커피의 맛. 당연하지만 잊기 쉬운 그 원칙을 그는 강조하였다. 공부도 비슷하다.

알프스에서 길을 잃은 군인들이 식자재 상자 바닥의 지도 한 장에 의지하여 험준한 알프스를 빠져나왔을 때 그들은 자신들이 의지했던 지도가 피레네 산맥의 지도인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길잡이 즉 선생이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낫고, 게다가 선생이 좋은 선생이라면 그것은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이다. 좋은 선생은 훌륭한 공부에 대한 경험치를 제공하며, 그런 경험치를 일상에서 접한 학생은 좋은 공부를 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선생의 그림자를 보고 자라는 것이 학생이라 하지 않던가? 선생으로서의 부담이 더 커지는 순간이다. 좋은 경험치, 그것이 교육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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