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삼풍 생존자입니다
나는 삼풍 생존자입니다
  • 김세원 음성교육도서관 사서
  • 승인 2022.01.10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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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김세원 음성교육도서관 사서
김세원 음성교육도서관 사서

 

1995년 6월 29일. 삼풍백화점 붕괴.

대한민국의 TV 하단에는 연일 속보들이 쏟아져 나왔고 매일같이 사고 수습 등을 다룬 기사들이 화면을 가득 메웠다. 사망자 502명, 부상자 937명, 실종자 6명. 1000여 명의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피를 흘리며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모습은 당시 초등학생인 나에게는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하지만 이는 곧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잊혀 갔고 `삼풍'이란 단어조차 나에게는 생소해져만 갔다.

얼마 전 TV에서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을 다룬 프로그램을 접하게 되면서 다시 한 번 어렸을 때의 기억을 떠올려보게 되었다.

사람들의 욕심으로 만들어진 인재, 참사가 벌어지고 나서야 법을 제정하고 정비하지만 또다시 일어나는 현실 속의 비극적인 참사. 이러한 풀리지 않은 실타래 같은 현실 속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의 마음속에는 어떤 감정들이 뒤섞여 있을까? 다시 찾게 된 삶에 대한 기쁨? 홀로 살아남았다는 죄책감? 사실 한 가지 정의된 말로 생존자의 마음을 표현할 수는 없을 것이며 쉽게 정의하고자 해서도 안 될 것이다.

도서 `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산만 언니'는 삼풍백화점 붕괴의 생존자인 저자가 출간한 책이다. 사고 이후 생존 며칠 때 구조되었다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비극적인 참사에서 살아남은 자의 사회적 기록'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생존자들이 사고 후 겪어야만 했던 고통과 그 이후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해 노력하는 힘겨운 생존 일기를 그린 이야기이다.

저자는 대학 재수 시절 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사고를 당하지만 천운으로 살아남는다. 그녀는 새로운 삶을 다시 살게 되었다는 기쁨보다는 삶의 허망함을 먼저 깨닫게 된다. 자살을 시도할 만큼 괴로운 나날을 보냈지만 오랜 시간 치료를 받으며 그 일을 잊고자 노력해왔다. 하지만 세상은 생존자가 침묵하는 만큼 불행해진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인터넷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를 정식 연재하면서 지난날의 상처를 통해 무엇을 보고 느꼈는지 특히 삼풍사고가 자신의 삶을 어떻게 뒤흔들어 놓았는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불행에 대해 말하고 기록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감추어져 있던 고통의 경험을 바깥으로 끄집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고통스러운 작업을 통해서 더 안전한 사회가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하였다.

우리 또한 타인의 고통을 가벼이 여기지 않고 함께 공감하고 기억하며 또 다른 비극이 일어나지 않게 현재의 삶을 충실하게 살아가야만 할 것이다.

끝으로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과거를 살지 말고, 내일을 기다리며, 오늘을 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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